생활/협동조합

협동조합, 나도 한 번 꼼지락거려볼테다

크레도스 2014. 2. 14. 10:28

요즘 들어 스팸 문자가 자주 온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아마 그럴 거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대란 때문이다. 나도 예외는 없었다. 국민카드, 롯데카드, 그리고 농협카드가 주범으로 등장했다. 여기서 하나 의문점이 생겼다. 국민과 롯데야 대기업의 무분별한 수익구조 때문이라지만, 농업협동조합까지 왜 그런 것일까?  

새롭게 안 사실이다. 농협이 전 세계 농업계 협동조합에서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그 정도로 많은 조합원이 있고, 영향력을 크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농민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임원과 관료들에게만 좋은 행정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 상호부조라는 협동조합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결국 이 카드 사태도 농협중앙회라는 거대 공룡의 관치행정에서 기인된 것이다. 하루 빨리 농민조합원과 사회구성원의 협동 가치 실현이라는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

왜 갑자기 농협에 대해 썼냐하면, 요즘 내가 협동조합과 마을에 관심이 많이 가서 그렇다. 물론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가 등장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다. 물론 조만간 이 폭발적 붐이 가라앉을 전망이라고는 한다. 그런데 어쩌나. 난 이렇게 후발주자로 관심이 가버렸으니. 

어제 저녁에는 아는 지인들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사이시옷카페로 불렀다. 그곳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유호근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사무국장과 이러한 활동을 펼치는 지인들과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모두들 많은 고민들을 안고 살아갔다. 지금까지도 많은 활동들을 해왔는데, 공통점은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꾼다는 것이다. 정태인의 <협동의경제학>에서도 보면 "결국 자신이 맡은 의무를 다하는 것, 대가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 남을 돕거나 은혜를 갚는 것,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 이런 것이 친 사회적 태도인데, 당연한 것이 어려운 사회 그래서 우리는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 시절, 또 지금도 '신뢰'를 매우 강조한다. 그러나 말뿐이다. 복지, 경제민주화정책 등 대선 공약 파기부터 일방적인 정책 집행까지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는 데 주범으로 등장했다. 

결국 하향식 시스템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 신뢰도는 매우 낮아졌다.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치는 결국 협동과 신뢰뿐이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절실한 요구에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실질적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아래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얘기하는 협동조합 7대원칙이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협동조합 7대원칙>   

1. 조합원의 참여는 자발적이고 개방적이다.
2.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3. 경제적으로 공동 소유하고 공동 이용한다.
4.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5. 교육과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한다.
6. 협동조합은 서로 협동한다.
7.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지르고자(?) 한다.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해 벌써 출자자 5명도 모았다. 이젠 그 다음이 고민이다. 어떤 내용으로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것이며, 우리 공동체에는 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과 계속 아름다운 수다를 떨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놀라운걸 발견해가고 있다. 협동조합과 같이 수평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집행 속도를 늦출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결정된 이후에는 자발적인 동기부여 때문에 더 빠른 속도와 높은 진정성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숙의민주주의의 단점이라고 지적되는 것이 결국 이렇게 더 좋은 의사결정구조였다는 것을 본 것이다.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 공식 구호다. 경쟁체제와 시장만능주의, 그리고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정치 냉소주의의 한국 사회. 결국 상호부조와 신뢰의 가치를 높이는 협동조합이 또 하나의 길임에 분명하다. 지금부터 조금씩 조금씩 꼼지락거려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