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안양나눔협동조합 홍부기 이사장 "공기정화제로 더 밝은세상 만들 것"

크레도스 2014. 3. 27. 10:21

요즘 회사 문을 나서는 이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이다. 다른 말로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산업화 시대의 첫 수혜자이자 산업화 역군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궤적을 함께 해온 세대로서, 지난 세대보다 지갑이 두둑하고 교육수준이 높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또 자녀의 대학 교육비 지원과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당연시한다. 자녀의 결혼준비도 자신들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를 업은데다 자녀까지 가슴에 품어 안았다.

반면 그들 스스로는 자녀에게 별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유일한 노후 준비자금은 국민연금에 편중돼 있고, 유일한 안전판은 살고 있는 아파트 한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노후자금으로 창업에 도전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이처럼 안양에는 50대 평범한 아버지들이 모여 색다른 ‘창업(?)’을 했다. 바로 마을기업 ‘안양나눔협동조합’이다. 퇴직후 뜻깊은 일을 해보겠다며 참여한 사람, 창업 후 실패한 사람, 자신의 일을 하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까지 조합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회사 이름처럼 이웃과 나누는 기업을 만들자며 단순히 돈버는데 치중하지 않고 지역사회 고민과 함께 대안을 모색했다. 기업 제1의 가치는 ‘사람’이다.

사업의 방향도 지역의 빈곤이 줄어들고,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이다.

홍부기 안양나눔협동조합 이사장은 “많은 돈을 벌고 싶다. 그래서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다”며 “생산자와 조합원이, 조합과 이웃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델을 선보여 지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생1막을 꿈꿨던 아빠들

홍 이사장은 1981년부터 제조업과 건설업 회계파트에서 직장일을 했다. IMF로 인해 회사가 부도나거나 임금체불이 심해지고 그나마 구한 회사마저도 도산됐다. 그래서 자영업을 택했다.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직장을 하면서 익힌 업무가 도움이 되지만 창업을 별개였다. 자금도 부족하고, 영업 능력, 마케팅 능력도 떨어졌다. 한때 돈을 많이 벌때도 있었지만 한순간이었다. 수입이 불규칙적이어서 관리가 어려웠다. 이렇게 어렵게 시작한 자영업은 한순간 망했다.

“애정을 가지고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 임금이 체불되자 가정생활도 불안해졌어요. 게다가 회사마저도 부도나는 등 어려움이 많았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창업이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시작한 자영업도 한계에 부딪혔죠. 수입이 일정하지 못하니까 자금관리가 어려웠어요. 직장 다닐 때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일정 수입이 되니까 아껴서 모으고 그랬는데, 자영업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자재값부터 직원 월급까지 챙겨야 되는 등 신경쓸게 많더라구요.”

다시 한삼인 총판 등 직장일을 했지만 악순환은 반복됐다.

   
 

▶인생2막을 꿈꾸는 아빠들

2012년 홍 이사장은 지인들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고민은 비슷했다. 불안정한 미래와 자식과 부모 부양에 대한 걱정이 컸다.

고민 끝에 나온 대안이 협동조합이었다. 시기가 한창 사회공헌기업이 대세였고, 협동조합이 이슈가 되고 있었다.

지인들도 창업을 하면서도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인 협동조합 창립에 흔쾌히 동참했다.

이들의 목표는 그동안 사회에서 발휘한 역량을 퇴직 이후에도 발휘해 지역 이웃들이 함께 잘 사는 마을을 만들자는 것. 아빠들이 꿈꾸는 ‘제2의 인생’은 이웃들과 함께 나눔협동조합에서 시작됐다.

“초기 지인 9명이 뜻을 모아 나눔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대부분 저와 같은 50대 초중반이에요. 퇴직자도 있고, 자영업, 유통업, 마케팅, 금융업 등 조합원들이 다양해요. 각자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던 사람들이 퇴직 후 막연해졌죠. 혼자 사업에 시도해도 경쟁력을 갖추기엔 어려워요. 자기가 해봤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 생각했어요. 이왕이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죠. 더 나이가 들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하고자 도전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나눔협동조합을 마을기업으로 탄생시켰다. 기업의 주력 상품은 환경문제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사업이다.

조합원들의 의지와 제품에 대한 확신을 본 시청 공무원이 마을기업에 공모해 볼 것을 제안해 2013년 10월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된데에는 안양시 공무원의 노력이 컸어요. 우리도 마을기업을 준비하면서 기반을 더 구축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있는데 시에서 마을기업을 추진했어요. 여러번 찾아와 설득하고 등록방법과 절차 등을 알려줬어요. 마을기업 신청 마지막날 신청했죠. 아마 그때 그 공무원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마을기업을 준비하고 있었을거에요.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었을거에요.”



▶마을기업 롤모델 꿈꾸는 아빠들

30여 년간 금융업, 청소용역, 방역, 건설, 회계, 기획, 영업 등 각자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한 조합원들이 힘을 뭉치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협동조합의 제품 아이템은 에어테라피(실내공기정화제) 판매와 방문 방역 서비스. 환경오염을 소재로 한 아이템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기화합물 분해를 중화하는 과초산과 피톤치드가 함유된 송침유를 원료로 썼다. 더욱이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아 2차 오염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용제가 공기중에 휘발되면서 화학적 작용없이 세균을 없앤다.

정식 제품은 지난해 12월 출시됐지만, 온라인 등의 홍보만으로도 입소문을 금방 탔다. 자동차 동호회 등 개인 주문뿐만 아니라 SK네트웍스, 건설 시공사 등 대기업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제품을 인정받기 위해 각종 근거자료를 마련하는 등 죽기살기로 했죠. 중앙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드기와 냄새제거, 세균까지 잡아준다는 데이터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이부분에서 특허로 인정받아 기술력도 확보돼 있죠. 다만 각자 직업을 가진 조합원을 빼고 3명의 상근인력으로 꾸려나가기엔 벅찬 면이 있다. 1인 10역씩 해나가며 밤낮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매출 기반이 명확하지 않아요. 아직 무보수로 일하고 있지만 희망적인 것은 점차 입소문이 나고 대기업에서 먼저 의뢰를 하는 등 조만간 수입기반도 자리잡을 전망이에요.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곧 체결할 계획이어서 안정된 수입기반도 생길거에요. 그러면 우리나라 마을기업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마을과 함께 하는 아빠들

나눔협동조합은 생산물량이 있을 때마다 지역의 홀몸 노인분들과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십여 명을 생산 작업에 참여토록 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1인당 40만~50만원씩 수익을 얻게 됐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다. 편한 시간대에 와서 작업하고 돈을 받아가면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파지 줍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아마 이분들이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파지를 줍는다고 해도 한달에 30만원 벌면 많이 버는 셈일거에요. 이미 군포에 의료생협을 만들었때 해본 시스템이지만 이분에게 단순공정을 맡기면 서로 윈윈할 수 있어요. 어르신들도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원하는 시간대에 와서 일하면서도 전보다 돈은 더 많이 받아가니 매우 만족해 하셨죠. 어느 분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일하시는 분도 계셨죠. 마을기업을 하고 나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고정적인 납품과 생산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고 있어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사회봉사활동도 이어간다. 지역 내 경로당과 아동보호센터 등에 공기정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 회사 등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힘을 빌려 사랑의 집 고치기 활동도 진행 중이다.

올해 목표는 매출을 많이 올려 나눔활동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우선 지역사회와 사람들과 연대를 지속적으로 하려고 나눔몰 운영사업을 계획했다. 생산자 조합원을 모집해 나눔몰 상표를 부착, 생산자는 판매수익금의 일정액을 기부자에게 임의기부하고, 기부받은 수혜기관에서는 생산자에게 기부영수증을 발급하는 형태다.

이와 더불어 어려운 가정에 쌀을 기부하는 ‘공양미 300석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버공동작업장’도 설치할 계획이다.

“어느 곳이든 사회복지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어도 틈새가 있기 마련이에요. 이런 사각지대는 함께 사는 지역민들이 관심을 두면 해결할 수 있죠. 처음에는 저와 제 가정을 보다가 이제는 주위를 봅니다. 나눔협동조합 역시 단순한 물품 판매뿐만 아니라 복지의 사각지대도 함께 돌보는 역할을 하려고 해요. 우리를 통해 우리 이웃도 분명 변화되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