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
처음 가보는 길, 지도를 만드는 것처럼
크레도스
2014. 5. 2. 10:08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설립된 협동조합만 4000개에 이르렀다. 단기간에 이만큼 급증했다는 건 그만큼 이전에는 길이 막혀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단절의 역사’를 겪었다. 농협은 일찌감치 정부의 정책 집행기관으로 변질됐고, 신협도 제 기능을 못했다. 기본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특별법에 명시된 8개 종류의 협동조합 외에는 만들 수도 없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 생협은 특별한 존재다. 협동조합 단절의 시기에 협동조합의 본래 가치에 충실하면서 사업으로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중 과제를 묵묵히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다시 생각하기>를 쓴 신성식 아이쿱생협(iCOOP생협) 생산법인 경영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장을 지켜왔다. 쌀 직거래부터 실무를 담당했고 지금은 한 생협 연합조직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금이야 조합원 20만명, 연매출 4270억원(2013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1997년 당시 지금의 iCOOP생협을 만들기 위해 모인 여섯 개 지역생협은 그야말로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책에는 이런 반전 드라마를 쓰기까지의 고심과 회생 전략이 담겨 있다. 처음 가보는 길, 지도를 만드는 것처럼 그가 발제하고 조합원들이 함께 토론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