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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삶 - SI 산업의 문제점 (1)

크레도스 2018. 9. 4. 18:04

출처 : https://okky.kr/article/499014


얼마 전 최근 IT 분야에 들어오신 분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왜 다들 SI가 문제라고 하는건가요?"


글쎄요.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들어서 불평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SI 개발자 입장에서 좋았던 부분도 꽤 있습니다.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IT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이해를 위해 쉽게 써보려고 노력했습니다.




SI 프로젝트 현장, 베트남, 어디나 비슷하다.



1. SI란 (System Integration)


윈도우가 나오기 이전 일반인들에게 IT는, 어떤 기능을 가진 컴퓨터(하드웨어)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PC는 조립이 간단했지만 기업용 서버는 설치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이란 분야가 등장했습니다. 즉 SI는 초기에 사용자가 요구하는 기능을 가진 하드웨어를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였습니다.


업체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만들기 위해 솔루션이나 패키지를 설치하고 필요한 기능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하드웨어가 발전화되면서 표준화되고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커지게 되자 SI는 자연스레 소프트웨어 개발 아웃소싱을 지칭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초창기 SI시장은 대부분 수작업을 전산화하는 경우로 ‘불확실성’이 적었습니다. ‘주민등록 관련 업무’나 ‘회계 업무’ 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해왔던 업무이므로 기성품을 선택하거나 기능을 새로 만들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납품되고 나면 소프트웨어 변경이 거의 필요없었습니다.


이후 IT가 발달하자 온라인 비즈니스가 중심에 서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일들을 바로 시스템으로 만들게 됩니다. 어떤 비즈니스는 매일 변화가 필요합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넷 뉴스 서비스, 인터넷 뱅킹 서비스 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이 시스템들은 매번 개발자들의 손이 필요합니다. 사업 환경이 수시로 변하다보니 ‘설계 후 개발’을 하는 것도 어려워 졌습니다. 또한 개발이 완료되어도 종료라고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2. SI의 본질이 바뀌다.


초기 SI 회사들은 자동차 공장의 회계 시스템과 백화점의 회계 시스템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성복을 만드는 것처럼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들고 값싼 노동력을 투입해서 이윤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즉, 건설처럼 ‘비싼 설계’에 ‘값싼 노동력과 자재’를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아웃소싱 사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업의 대가는 Man Per Month로 1달에 투입되는 개발자 수를 기준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어려운 기술에 대한 대가를 더 받을 수 없으므로 Function Point (기능 난이도, 개발량 등을 점수화) 제도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둘 다 표준화된 노동력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본질은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첨단 프로젝트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실패합니다. 자동차 공장의 회계시스템과 백화점의 회계시스템도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엉뚱한 걸 개발하기도 합니다. 잦은 변경으로 기일 내에 일을 못 끝내기도 합니다. 그러자 수행업체들은 발주기업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조차 정리해서 그렇다고, 발주기업들은 수행업체가 요구사항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서로 비난합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요구사항을 제대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요구사항을 정하고 만들었는데 원하던 결과물이 아니기도 합니다. 설계를 중간에 변경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베테랑들을 투입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규격 개발자들을 대량으로 공급해서 이윤을 남기는 사업 방식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래서 SI 회사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시장에 쓸 만한 개발자들이 없다.”


“개발자 몸값이 높아져서 사업해도 남는게 없다.”


“프로젝트 위험도가 높아서 맨날 적자 본다.”



3. IT 현업 부서의 개발 능력 상실


예전에는 전산실 직원들이 직접 개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IT 시장이 성장하면서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자 전산실은 개발 부서가 아닌 용역 발주 부서로 바뀌게 됩니다. 이 기간이 오래 되자 많은 전산실이 개발 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맙니다. 개발자들이 회사를 나가버린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러자 SI 회사들은 기업들이 쉬지 않고 IT 용역 사업을 발주하도록 매년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각 기업들의 IT 비용은 당연히 상승합니다.


기업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매년 투자를 엄청나게 하는데 뭐가 좋아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의 대기업들은 다시 자체 개발 역량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기도 합니다.



4. 갑을병정 생태계


아웃소싱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모두가 천재일 수 없으므로 부족한 부분에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그러나, 재하청구조는 문제가 됩니다.


재하청은 중간 업체가 이윤을 가로채기 때문에 일의 최종 대가는 낮아집니다. 베테랑이 해야할 일에 초급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명 들어가야 하는 일에 한 명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베테랑의 실력을 가진 초급자나 두 배 일할 수 있는 개발자를 고용하고자 합니다. (물론 그런 개발자는 없습니다.)


초보자도 기능을 개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경험을 넣어서 개발할 수는 없습니다. 시행 착오가 잦아지니 야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수습해야 할 기술적 부채를 만들어 냅니다.


재하청은 대표적으로 ‘일감 몰아주기’에서 발생됩니다. 하청업체가 자기가 소화할 수 없는 분야를 다시 아웃소싱 하면서도 이윤을 떼기 때문입니다. 일감 몰아주기는 주관 업체에게 실패 책임을 묻기는 좋습니다. 발주 기업이 관리하기에도 용이합니다(한 놈만 패는 거니까). 그러나 여 러번 이윤 떼기는 실제 일하는 사람에게 제값을 줄 수 없게 만듭니다. 최종적으로 필요로 하는 수준의 전문가와 일할 수 없으므로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일감 몰아주기가 적어지면 ‘중간 업체 살찌우기’가 사라집니다. 그러면, 많은 SI업체들이 인력 유통 사업의 비중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슈퍼을이 되기 위해 고객 영업에 집중하는게 불필요해집니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더 남는 장사가 될겁니다.(이 이야기를 펼치면 좀 복잡해지네요.)



5. 요약


한 마디로 정의하면, 한국형 SI의 본질은 기술 개발보다는 인력 유통 산업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고부가가치의 상품이 나오지 않고 학연 지연을 바탕으로 한 영업 경쟁만 치열합니다. 당연히 국제적인 경쟁력도 약합니다.


IT 산업 분야에서 이런 환경 개선을 위한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적 체질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입니다. 제도의 개선과 함께 IT 종사자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번에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