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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이야기(2003/05/15)

크레도스 2011. 10. 25. 15:32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값을 끌어 올린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사상 최저 수준인 저금리입니다.
이 때문에 향후 집값을 예측하는 데에 금리라는 변수가 빠질 수 없습니다.
또한 지난 1~2년간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금리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작년 하반기부터 많은 분들께서 향후 집값 하락을 예측 또는 희망(?)하면서 그 이유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을 하였습니다.
더구나 세계 각국의 금융 시장이 흔들림에 따라 이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는 듯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 자금으로 집을 산 분들의 금융 비용이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되어 할 수 없이 집을 팔게 되고 (1차 매물) 이는 매물 증가로 이어져 집값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하락하여 재대출이 힘들게 되어 또 다른 매물의 증가(2차 매물)를 가져오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폭락한다는 것이 시나리오의 주요 골자입니다.

금리 인상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두 그룹으로 나뉠 수가 있습니다.

한 그룹은 아파트 값이 지금 보다는 내리기를 바라는 분들이며 또 다른 그룹은 정년 퇴직자 등 은행 이자가 주 수입원인 금융 자산이 많으신 분들일 것입니다.
전자는 은행의 대출 금리에 후자는 예금 금리에 관심의 초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시나리오의 주요 골자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정말 있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금리 인상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은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네" 하면서 웃으실 겁니다.
하지만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으면 자금의 수요가 많아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시기가 문제이지 지금보다는 0.5% 정도의 단위로 조금씩은 오르겠지요.
그러나 이 정도로는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와는 괴리가 큽니다.

IMF 시절의 20% 대의 고금리 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인식에 금리하면 소위 월1부, 즉 연리 12% 이상의 금리가 되어야 금리가 올랐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 것 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은행 이자는 월 1부, 사채는 월 2부라는 공식이 우리의 뇌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고금리하면 연리 12% 이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금리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금리 (예금 금리)는 어떠한 경우도 최대 8%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정도의 금리 인상으로서는 안 오른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즉, 금융 당국자의 시각에서는 금리가 올랐다 하고 일반인의 시각으로서는 "에게~"하는 정도의 금리 인상이 예상됩니다.

이렇게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리는 것은 국제 금리와의 연동성 때문 입니다.
지금 미국의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개인이 주택을 담보로 얻을 수 있는 모기지 론의 경우 6% 이하입니다.
즉, 개인도 6% 정도의 자금은 쉽게 끌어 쓸 수 있는 상태입니다.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5%대의 금리도 가능하고요.)

개인이 은행에 자기 돈을 맡길 때 금리는 훨씬 아래입니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1년짜리 정기예금 (CD)의 경우 2%를 넘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국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까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미국 언론에도 이미 배포되어 있는 사실이고 지금 금리 수준은 지난 40년간최저 수준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더 낮아서 무이자 예금 이야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이자에 대한 세금, 환전시 수수료 등을 감안하여 볼 때 국내 금리가 8%를 넘으면 미국 등 국제 자본이 금리 차이에서 얻는 이득을 얻고자 물밀듯이 들어 올 것 입니다.

아주 쉽게 생각하시면 어떤 사람이 회사에서 전세 자금을 5000만원 2% 이자로 빌릴 수가 있고, 이를 은행에 맡기면 6%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이 사람은 쉽게 연간 200만원의 이득 (= 5000만원 x (6% - 2%))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별로 한 일 없이 고급 TV 한대가 생긴 거죠.

국제간의 거래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의 금리가 비싸고 미국의 금리가 싸다면 그 차액을 노리고 많은 자금이 들어올 것입니다.
단 이때 고려할 것이 달러를 살 때와 팔 때 환율이 달라지는 거래비용과 장기적인 환율의 추이입니다.
(어떤 분이 달러를 한화로 환전하여 보냈다가 다시 달러로 환전하여 가져 가는 경우) 거래비용은 은행에 따라 다르지만 2% 정도 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8%라는 숫자가 나오게 됩니다.
즉 8%가 넘으면 그 순간부터 차액이 고스란히 금리 차에 따른 이익이 되는 것입니다.

이 것도 미국에서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경우고, 자금의 여유가 있어서 미국 은행에 저축을 해놓으신 분들 입장에서는 추가 4%의 이득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환율의 추세는 어떻게 될까요?
아시다시피 달러화 약세는 하나의 추세입니다.
지난 수년간 강한 달러 정책으로 미국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때로 약화되었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 하락을 미국 정부에서는 용인하는 형편입니다.
유로화나 파운드화에 대한 달러화의 약세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러면 원화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북핵 문제와 관련되어 한국에 대한 투자 인식이 나빠지고,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원화의 가치도 떨어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화의 약세에 비교해 볼 때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 입니다.

이는 원화 강세라는 요인과 달러화 약세라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IMF 이전 처럼 1달러 당 800원대는 안되더라도 1000원대까지도 가정해야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 뉴욕에 사는 Don Nori (돈노리)씨는 미국 은행에서 6% 이자로 20만불을 대출 받아 한국에 송금하여 8% 예금에 넣었다가 1년 후에 미국으로 재송금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경우는 남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금리가 만약 12%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 경우는 8천불 (960만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 미국 LA에 사는 Don Maner (돈마너)씨는 미국 은행에 2%로 예치 된 자신의 예금 20만 불을 찾아서 한국에 송금하여 8% 예금에 넣었다가 1년 후에 미국으로 재송금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경우는 8천불 (960만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금리가 만약 12%라고 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이 경우는 16,000불 (1920만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환율이 지금 1200원에서 1년 후에도 그대로 1200원이라면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

그러나 환율이 1100원으로 내린다면 약 18,000불 (2100만원) 정도의 차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금리가 12%까지 치솟고, 환율이 1100원까지 내려간다면 그 차익은 거의 27,000불 (3200만원)에 달합니다.

이상으로 살펴본 것과 같이 금리 인상이 된다면 그 이익은 외국으로 빠져 나가게 됩니다.
혹시 정부에서“집값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으려고 여신금리와 수신금리 차를 벌여 놓을지도 모른다.
즉 빌려줄 때는 12% 이상, 예치 시에는 6% 이하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믿는 분이 있으신다면 은행 주식을 사놓으시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도 많이 들어와 있는 지금 한국이 국제 금융계의 물 좋은 곳(?)이 될 필요는 없겠죠? 여기에서도 시장 경제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국내 A라는 은행의 대출 금리가 12%이고, 외국계 B은행의 대출 금리가 10%라고 했을 때 어디에서 대출을 받으시겠습니까?
벌써 H은행을 비롯한 몇몇 외국계 은행은 한국 대출 시장을 “물 반 고기 반”으로 인식하고 공격적인 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관치 금융의 시대는 지났고, 국제 금리 흐름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향후 집값에 영향을 줄 만한 금리 인상은 없을 것입니다.

(첨언1) 최근 환율 동향이 어지럽습니다.
북핵 문제와 불투명한 한국 기업 구조에 대한 외국 투자가의 실망 등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나 믿고 싶지는 않지만 일부 분들이 달러 사재기를 하고 있다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몇 가지 면에서 안타까운 맘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첫째는 “IMF때 금 모으기 하던 분들은 다 어디 가고 이런 부정적인 기사만 나오는 가?”이고, 두 번째는 아마추어들까지 외화를 사 모으는 현실에 대한 우려입니다.
결재 대금 등을 선 집행하기 위해 달러를 사는 기업을 제외한 헤징 수단으로 달러를 사 모으는 사람들은 정말 아마추어입니다.
원화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달러화 약세는 이미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프로라면 달러가 아니라 유로 화를 매집하겠죠.
실제로 유로 화는 연초 대비 8% 상승, 작년 초 대비 14% 상승한 것에 비해 달러화는 연초 대비해서는 4% 이하의 상승을 보이나 작년 초 대비해서는 오히려 6%나 내렸습니다.
이러한 개념도 없는 아마추어까지 달러를 매집하는 현실이 우려스럽습니다.

(첨언2) 이 글을 작성한지 시간이 좀 흘렀습니다.
그 당시는 금리 인상론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번주 콜금리를 인하했네요.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