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글모음/아기곰님 글모음

멕시코와 미국 그리고 쿠바(2003/07/16)

크레도스 2011. 10. 25. 15:38

이 이야기는 북아메리카에 있는 나라들의 부동산 이야기는 아니고, 체제(System)에 의해서 어떻게 그 나라의 경제가 달라지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6월 5일에 올린 아기곰 12탄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의 후속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분들은 악의적으로 해석하여 한국 경제가 잘되면 일본의 디플레이션, 못되면 아르헨티나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만나면 복잡한 ‘디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을 논하지 말고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하라고 권합니다.

우리 경제의 모델이 ‘일본 vs. 아르헨티나’로 보는 것은 너무 비관적 시각이며, 저는 향후 5년간의 우리의 선택에 따라 ‘미국이 될것인지 vs. 멕시코가 될것인지’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두 나라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우리의 인식에 미국은 ‘초강대국, 선진국, 부자 나라’. 이러한 인식이 있는 반면 멕시코는 왠지 ‘못사는 나라, 게으른 나라, 후진국’. 이러한 인식이 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가면 이러한 차이는 극명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북쪽은 북한이 막고 있고 삼면은 바다로 둘러 쌓여있기 때문에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고서는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더구나 복잡한 통관등으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멕시코를 가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그냥 차타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듯 휙하고 가면됩니다. (물론 신호등은 있지요.)
미국을 통해 멕시코를 여행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천국과 지옥’의 차이라고 합니다. (멕시코와 관련이 있으신 분들께는 죄송 ^^)
멕시코를 방문할때 마다 차창 사이로 조잡한 물건을 사달라고 때묻은 손을 내미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연민과 그들을 가난에 방치하고 있는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는 합니다.
그러나 단 몇번의 방문을 통해 피상적으로 느꼈던 것이 아니라 멕시코 국경을 수백번 정도 넘어 다니면서 느꼈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의 인식과 달리 멕시코는 약소국은 아닙니다.
국토는 남한의 20배 정도가 되고 인구는 1억명 정도가 되는 큰 나라에 속합니다.
세계 6위의 산유국이며 우리보다 20년전에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전만 하더라도 미국과 멕시코의 국력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리고 160년전까지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토의 크기가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 서남부에 있는 텍사스, 뉴멕시코, 아리조나, 캘리포니아주가 1800년대 중반 미국과의 전쟁에서 뺏기기 전까지는 멕시코 땅이었습니다.

불과 백여년전까지고 비슷했던 두나라의 운명을 무엇이 갈라 놓았을까요?
그것은 체제라고 불리우는 시스템입니다.
넓은 뜻의 정치라고도 할수 있지요.
멕시코의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은 모두 미국의 일류대에서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아주 똑똑한 사람들도 많죠.
문제는 그들의 재능을 국가 발전에 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달을 위해 쓰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멕시코에서의 빈부의 격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이리하여 자본주의의 병폐가 그대로 나타나 깨인(?) 식자층은 부를 누리고 교육을 받지 못한 서민층은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것이 멕시코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빈부격차 확대에 대해 인근에 있는 두나라가 서로 상이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그 하나는 쿠바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입니다.

카스트로와 체게바라로 유명한 쿠바는 1959년 혁명을 통하여 부패 무능한 바티스타 정권을 엎어 버리고 공산주의 정권을 세우게 됩니다.
미국계의 사탕수수회사, 석유회사들을 국유화하고 분배 정책을 통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실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날 쿠바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1,700달러에 불과하여 멕시코의 1인당 국민총생산 4,440달러의 40%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섯부른 분배 정책이 가져오는 경제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더구나 쿠바에는 자본주의 국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잇는 매춘 관광등이 성행하고 있어 경제정책의 실패에 따른 사회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분배 정책의 허구는 로또의 예를 들어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1만원씩 사는 로또가 모여서 1백억짜리 부자를 매주 1명씩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1백억짜리 부자를 털어서 1천만 가구가 나누어 갖는다고하면 한가구당 1천원 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1백억의 자산을 가진 부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러므로 부의 극단적 균등 분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섯부 른 분배 정책은 없는 계층의 배아픔(?)을 달래줄 수는 있지만 우리 모두를 배부르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분배 정책의 기저에는 먹을 만한 파이를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쿠바식 개혁을 하지 않고 수구적인 멕시코식 자본주의가 우리의 갈길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소수의 몇사람만 점점 더 잘사는 사회는 결국에는 사회 불안으로 까지 이르게되어 그 소수의 부자에게까지 부메랑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보이고 있는 곳이 미국입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3만 5040달러로서 멕시코의 8배,쿠바의 20배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빈부의 차이가 극심합니다.
빌게이츠 같은 갑부가 있는가하면 홈리스도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에 있어서는 멕시코의 그것에 비할바 아닙니다.
미국의 빈민 계층의 주류를 이루는 히스패닉계도 상당히 만족한 삶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들 고향에서의 삶의 질보다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원래 잘사는 나라야”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약오르기 때문에, 소위 ‘미국의 힘’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하고 있습니다.
미국 백인들 절대 머리가 두개인 사람들 아닙니다.
똑똑하기로는 동양인이 더 낳죠.
그간 여러번 말씀드린대로 학교에서 상위 성적을 거두는 인종은 동양인입니다.
그 다음이 백인, 히스패닉, 흑인순이고요.
그들이 우리보다 앞서는 것은 한마디로 그것은 개인간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좋은 예가 있겠지만 부동산과 관련된 예를 들겠습니다.
미국에는 그림 같은 멋진 집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집에 사는 친구에게 초대받아 갔다온 학생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도 여반장님처럼 깜짝 퀴즈..^^)
1. 제네 아빠는 분명이 마약 거래를 할꺼야. 그러니 나도 오늘부터 마약을 배워야지.
2. 제네 아빠는 분명이 부동산 투기꾼일꺼야. 그러니 나도 오늘부터 부내모(부동산값 내리기 모임)이나 만들어야지.
3. 저 넘은 너무 좋겠다. 나도 그 집에 양자로 들어가는 방법은 없을까?
4. 제네 아빠가 무얼하는지도 모르지만, 부자가 되면 저렇게 근사한 집에서 사는구나.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미국 사람들은 수준이 낮아서(?)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라” 또는 “인격 수양을 통하여 완성된 인간이 되기 위해 공부해라.” 이러면 잘 못알아 듣습니다.
그냥 “너 잘살고 싶어? 그럼 공부해”이러면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수능시험때 까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표는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잘사는 것이니까요.
인류애나 인격 완성을 동기부여(motivation)로 삼기에는 너무 막연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웃에서 쉽게 동기부여를 받을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멕시코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멕시코와 다른 점은 멕시코에서는 개인의 발전이 개인에게만 그치는 반면 미국에서는 개인의 발전이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입니다.
선진 정부 또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활동이 사회 발전에 해가 되지 않는 한 간섭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하면 되고, 어떤것은 안되는 것인지 미리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개인이 발휘할수 있는 모든 능력을 펼칠때 개인과 사회가 동시에 발전한다는 win-win 사고가 근저에 깔려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부터 시작하여 베네스웰라의 차베스에 이르기까지 잘사는 사람을 불안에 떨게하여 못사는 사람의 대리 만족을 충족케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였던 제3세계 지도자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중에서 선진국에 이른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선진국에 이를려면 개인과 사회의 목표가 같은 방향이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면 국가도 발전되지만 개인도 잘사는 나라, 반대로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개인도 잘살게되지만 사회에도 이익이 되는 나라. 그것이 선진국입니다.

지난 몇년간 우리 경제를 볼때 한국도 ‘개인의 목표와 국가의 목표가 다른’ 멕시코형 자본주의로 전락할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복부인, 복남편들이 많이 배운 사람들인지 아닌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빈부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사회 분열 양상까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 개혁은 필요합니다.
우리의 선택이 수구적이 되어 멕시코 모델로 갈것인지 아니면 개혁의 방향으로 갈것인지는 중요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를 쿠바형 경제로 끌고가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개혁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선택은 개혁의 방향성입니다.
빈부의 차가 벌어지는 멕시코식 경제에서 ‘부자를 압박하여 하향 평준화를 추구하는’ 쿠바식 경제로 갈것인지, ‘부자를 모델로 상향 평준화를 추구하는’ 미국식 경제로 갈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결정입니다.

주위에 성공한 부자가 많이 생겨서 동기 부여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지 그들이 저주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입니다.

첨언 또는 꼬랑쥐~) 이 글은 부동산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
이 글은 현재 우리 내수 경제를 누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회적으로 쓴 글이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않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당 모두 정치적으로는 지지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서울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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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