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글모음/아기곰님 글모음

전세가는 내리는데, 집값은 왜 안내릴까?(2003/07/21)

크레도스 2011. 10. 25. 15:39

전세 값은 내리는데 집값은 왜 내리지 않을까요?
여러 부동산 사이트를 보면 이런 질문들이 몇개씩 꼭 올라와 있습니다.

우선 왜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어찌보면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수요의 공급의 원칙에 더 충실하다고 볼수 있습니다.
(매매가는 미래의 수익까지 감안하기에 변수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세가가 내리는 것은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는 정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급이 느는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다가구 주택이 숫자의 마술을 부리기 때문입니다.
즉, 다가구 주택은 매매의 측면에서 보면 1가구 주택이지만 임대의 입장에서 보면 4~5가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지역의 등기된 집이 1000가구라 하고 그 지역의 다가구 주택의 구성비가 10%라 할때 매매의 입장에서는 가구수가 1000가구에 불과하지만 임대의 입장에서 보면 1300~1400가구가 있는 셈입니다.
지난 2년간 다가구 주택이 공급 과잉 현상을 보였기 때문에 임대 측면의 공급이 늘어 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전세 수요는 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쁘니까 분가를 준비했던 가구들도 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그러므로 당분간(재건축이 활성화되어 많은 아파트가 멸실되기 전까지)은 전체 주택 시장의 전세 약세 현상은 계속되리라 예상됩니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좋은 일입니다.
그러면 시장을 좁혀 아파트 전세 시장만을 보면, 향후 전망은 어떨까요?
다가구 주택의 문제점은 프라이버시와 보안의 취약점, 주차 공간의 협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에 비해 가격이라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는 다가구 주택의 장점이 돋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되살아 나면 아파트 전세는 강세를 보이고 다세대 전세는 약세를 보이는 차별화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재테크 측면에서 살펴보면 여러분이 만약 신혼등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전철로 출근이 가능한 위성도시의 다가구 주택에서 전세로 사시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그러나 만약 투자 측면이라면 다가구 주택의 투자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기곰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주거비와 자가용에 들어 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재테크의 첫걸음입니다.
전세금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주거 비용이 싸다고 나머지 돈을 여가 생활이나 자동차를 사는데 소비하지는 마십시오.
부동산 시장은 ‘응축과 폭발’을 반복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산 증가가 부동산의 장기 추세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류(酒類가 아니고 main stream 또는 중산층)에서 멀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전세가가 떨어지면 매매가도 떨어질까요?
과거의 사례를 들어 L연구소의 K모 박사는 전세가가 떨어지니 매매가도 곧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측을 내 놓은 바 있습니다.
이를 전세가와 매매가의 동조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이 동조화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에는 이 동조화 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과거에는 동조화 현상이 강했었는데 현재에는 왜 그것이 약해지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주택을 구입하는 자금원(source)의 구성, 즉 포트폴리오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주택을 구입하는데 동원할수 있는 자금원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번째 자금원(A)은 소득입니다.
그것이 근로 소득이던, 자본 소득이던 또는 증여나 유산에 의한 소득이던, 소득은 집을 살수 있는 기초 재원(財原)이 됩니다.
소득에서 생활비를 뺀 재원을 가처분 소득이라 하는데, 주택 수요자의 가처분 소득이 모두 증가한다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것이 평균적인 국민 소득 증가와 주택 수요자의 가처분 소득 증가와의 함수 관계입니다.
두 수치가 정비례하지는 않습니다.
국민 소득은 정체되어 있는데, 주택 수요자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할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수 있습니다.
전자는 빈부 격차가 벌어진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빈부 격차가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할수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해 신용 불량자등을 포함한 전체 국민의 소득 증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을 살수 있는 계층의 소득 증가가 집에 대한 수요를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가처분 소득이 50 이상이면 집을 사고, 그 미만이면 전세에 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A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이 65, B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이 45, C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이 45, D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이 45라고 할때 전체 평균은 50입니다만 A라는 사람만이 집을 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A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이 60, B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이 60, C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이 40, D란 사람의 가처분 소득 이 40라고 할때 전체 평균은 50입니다만 A뿐만 아니라 B라는 사람도 집을 살 능력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반면 C와 D는 내집 마련에서 더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즉, 전체 평균 소득은 차이가 없더라도 그 구성비에 따라 수요자가 늘거나 줄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IMF와 DJ정부를 거치면서 확대된 빈부의 차이가 오늘날의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맞벌이의 증가에 따른 가구 소득의 증가도 원인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 지금의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자금원과의 연관성을 살펴 보아야 합니다.

두번째 자금원(B)은 전세입니다.
실입주 목적의 주택 구입이라면 전세 시세와 주택 매입가의 연관성은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투자용, 즉 전세를 끼고 사놓는 경우라면 조달 금리가 0원인 전세의 시세가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고도성장기의 유산이죠.
저금리가 자리잡고 모기기론이 일반화되면 이 제도는 점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아직까지도 ‘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하기’는 투자의 주요 수단입니다.

세번째 자금원(C)이 대출입니다.
과거의 고금리 시절에는 대출로 집을 산다는 것은 상당히 무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를 맞으며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일반화되었으며, 모기지 론이 본격 도입되면 이러한 추세는 더 확산될 것입니다.
실제로 전세(B)가 없는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소득(A) 10~20%, 대출(C) 80~90%의 재원으로 집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제가 다른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를 볼때 우리나라는 실거주용의 경우 소득(A) 70~80%, 대출(C) 20~30% 투자용의 경우 소득(A) 10~20%, 전세(B) 50%, 대출(C) 30~40%의 구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전세금이 내리더라도 왜 집값이 내리지 않는지를 실제 숫자로 가지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갑이라는 사람이 1년전에 전세 2억(50%)을 끼고 4억짜리 집을 샀읍니다.
자기돈 8천만원 (20%)과 금리 8%짜리 은행 대출 1억2천만원(30%)이 주요 투자 재원입니다.
이 사람의 금융비용은 연간 960만원입니다.
자기돈에 대한 기회 비용을 고려치 않는다면 연간 1천만원만 올라주면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 같아서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 이 사람이 투자한 아파트의 전세가가 20% 폭락을 하여 시세가 1억6천만원이 되었습니다.
전세가 20% 폭락하니 매매가가 20% 정도 따라 내렸을까요?
아닙니다.
그 아파트 값은 요지부동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번에는 을이라는 사람이 같은 동네에 전세 1억 6천(40%)을 끼고 4억짜리 집을 샀습니다.
자기돈 8천만원 (20%)과 금리 6%짜리 은행 대출 1억 6천만원(40%)이 주요 투자 재원입니다.
이 사람의 금융비용은 갑과 같은 연간 960만원입니다.

바로 대출 금리가 그 열쇠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전세금의 폭락이 집값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재원의 조달 비용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공급자의 측면에서는 금리가 떨어지는 만큼 전세금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의 예로 지난 몇년간 극심한 경기 침체로 미국 일반 가구의 소득(A)은 늘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출 금리(C)가 수년간 계속 떨어졌기 때문에 집값은 계속 미친듯이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집값 이야기는 몇주후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전세와 집값의 상관 관계는 그 구성 요소중 하나이지 전부는 아닙니다.
두 변수의 동조화 현상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습니다.
전세가 하나만 가지고 집값 추이를 예측한다는 것은 큰 오류를 가져옵니다.
그러므로 소득(A), 전세(B), 대출 금리 및 비율(C)의 상관 관계를 분석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것이 주택 투자의 ABC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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