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재테크(2003/08/12)
물리학이나 수학 용어중에 차원(dimension)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SF 영화에서 하도 인용을 많이해서 이제는 누구나 그 개념을 알고 있죠.
아시다시피 1차원은 선의 세계입니다.
2차원 세계는 면의 세계이고, 우리가 사는 3차원의 세계는 입체의 세계이지요.
이론적으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4차원 이상의 다차원의 세계도 있을 수 있지요.
커다란 백지에 일직선을 그어봅시다.
그리고 직선을 사이로 어떤 사물 B가 지그재그로 교차한다고 가정해보죠.
직선이라는 일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 A에게는 이차원에서 온 방문자 B는 마치 눈앞에서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괴기한 존재입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일차원 사람이 다른 친구에 그 사실을 이야기한다 해도 그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3차원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1차원이나 2차원 또는 3차원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삼차원적으로 사고를 합니다.
그러나 재테크에 있어서도 삼차원적으로 생각을 하는지는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 기준의 다 차원 >
시골에서 자라신 나이 많으신 분중에 “장에 가서 쌀 사올께”라는 표현을 들어 본 분이 혹시 있으신지요?
슈퍼에 가서 쌀을 산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쌀 농사가 주업인 농촌에서 쌀을 사온다는 것이 넌센스인데…
그 의미는 ‘쌀을 팔아서 돈을 사온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런 표현을 쓰냐고 귀찮게 따라다니는 꼬마 아기곰에게 어른들은 “쌀은 반대로 표현한다”라는 말씀만 해 주시더군요.
(60년대 이야기이며 TV가 보급된 지금은 이런 표현은 시골에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렸을때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말이 이해된 것은 정작 세월이 한참 지나서 입니다.
그 말은 ‘돈의 상대성’을 의미합니다.
옛날에는 쌀이 지금의 돈 처럼 사용했기 때문에 ‘쌀 = 돈’이라는 동의어가 되었던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나 해방후 혼란기를 통하여 신용할수 없는 돈의 가치보다는 현물인 쌀이 교환 가치가 더 있었기 때문에 쌀을 돈처럼 썼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렇게 쌀로 교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돈이라는 단일 잣대로 부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에 세상에 부를 측정하는 가치로 돈말고 다른 것을 가지고 측정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 날까요?
혼란스러운 일들이 벌어질까요?
그러나 재테크의 세계에서는 재미있게도 돈이라는 하나의 가치 기준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중에는 ‘돈이 따라 붙는다’라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사고를 분석해 보면 돈이라는 하나의 가치만을 쫓아 다니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 가치를 혼재하여 사용합니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이건희 회장의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일까요, 손해일까요?
“이 사람 바보 아니야? 삼성전자 주가가 30만원에서 42만원으로 오르면 자산이 40% 늘어나니까 당연히 좋지.” 그렇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지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현금화를 위해 지분을 줄일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유상 증자등에 들어가는 현금 부담을 고려해 보면 주가의 폭등을 지배주주의 입장에서는 반기는 것만도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의 입장에서는 돈의 가치보다는 지분의 가치가 더 큰 것입니다.
만약 주식을 하신다면 이렇게 생각을 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주식 자금이 2천만원이라면일단 망하지 않을 주식을 선택한 다음 그중 1천만원 어치를 그 주식을 매입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선정한 박스권내에서 가격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 그 주식을 더 매집하고, 그리고 주가가 박스권보다 높을때는 보유 주식의 일부를 매도하면 됩니다.
주가가 오를때는 차익을 현금화 할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도 주식수를 늘일수 있는 호재라고 생각한다면 주가가 떨어진다고 스트레스 받지는 않습니다.
주위에 돈을 많이 모은 분들중에는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하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단순히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임의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 만은 아닙니다.
어떨때는 주식으로 어떨때는 부동산으로 어떨때는 현금으로 보유 비중을 조정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자산의 증가입니다.
이분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개개의 요소의 등락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것입니다.
강남의 부자중에는 강남 집값의 급등락에 크게 신경을 안쓴다고 합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그것을 팔것도 아니고, 떨어지면 하나 더 사지 뭐” 이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아이러니컬하게도 ‘돈’에 대해 집착이 크면서도 큰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판단 기준이 ‘현금’이라는 돈 하나에만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돈 1억은 10년이 지나도 1억입니다.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가 붙기는 하지만 그 이자 수준은 그 돈을 활용(레버러지)하는 제삼자가 얻는 이익을 그 제삼자와 은행과 공유하는 수준입니다.
그것이 시장 금리입니다.
(경제가 불황이라서 그 돈으로 얻는 이익이 작다면 금리 수준도 떨어지는 것이고 경제가 호황이라서 그돈으로 레버러지하여 얻는 이익이 크다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금리가 올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
또 하나 큰돈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투자에 망설이는 것은 가치의 상대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 가치의 상대성 >
램브란트의 명화가 5억이라고 가정해 보죠.
이 가격이 비싼 것일까요?
요즘 표현으로 ‘거품’일까요?
어떤 사람은 “무슨 그림 쪼가리가 몇억씩하느냐 그림 물감등 재료비에다 일당만 쳐서 몇십만원이면 되지.”라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고, “세상에서 단 한점밖에 없는 명화가 강남 아파트 한채 값도 안되니 너무 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서로를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현실적으로 두 부류는 존재합니다.
아파트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특정 시점의 가격이 ‘거품이다’, 또는 ‘저평가되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부류의 사람은 부부가 5년 정도만 열심히 일하면 어렵지 않게 아파트를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평생을 저축하여도 좋은 아파트는 사기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특정 시점의 평균 시장 가격은 두 부류의 구성비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러나 개별 가격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이와는 별개의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입니다.)
같은 5억이 있더라도 어떤 사람은 아파트부터 사서 맘편하게 내집에서 살자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돈을 왜 묶어 놓느냐? 2억짜리 전세에 살면서 나머지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편히 쓰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5천만원 짜리 외제차를 보면 “와.. 이렇게 다양한 기능이!! 정말 돈이 아깝지 않네..”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차는 돈을 먹는 요물이여… 5년이면 감가상각으로 없어 질것에 뭐하러 투자를 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전세 값도 마찬가지입니다.
A라는 사람은 잘나가는 변호사로서 그의 시간당 임금은 5만원입니다.
그의 친구 B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의 시간당 임금은 1만원입니다.
두 사람의 직장은 테헤란로입니다.
이 두사람은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어서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30분걸리는 삼성동의 전세는 2억 5천만원이고 직장에서 1시간 걸리는 경기도 Y시의 전세는 1억입니다.
자 이 두사람은 어디에 사는 것이 경제적 이익일까요?
전세 차익 1억 5천만원의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Y시에 사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계산을 해보죠.
연리 6%로 은행에서 1억 5천만원을 빌리면 1년 이자가 9백만원입니다.
즉, 삼성동에서 살면 1년에 9백만원이 날라가는 것입니다.
A나 B나 삼성동에 살게 되면 출퇴근에 절약되는 시간은 하루 왕복1시간씩입니다.
근무일을 250일로 보면 연간 250시간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각자의 시간당 임금에 대입하면 A는 1250만원, B는 250만원의 가치로 환산할수 있습니다.
즉, A의 입장에서는 삼성동에 사는 것이 1년에 350만원씩 이득을 가져오는 것이만, B의 입장에서는 650만원이나 손해가 나는 선택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현재의 전세가격이 비쌀수도 있고 쌀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잣대를 가진 사람이 볼때는 삼성동 사는 것이 바보처럼 보이고 그 전세 값이 거품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동 사는 것이 Y시에 사는 것보다 이득인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 맺음말 >
“세상의 모든 것이 상대적이니 현실에 순응하고 그저 그려러니 하고 살아라.”가 이 글의 결론은 아닙니다.
“하나의 잣대만 가지고 다양한 사물을 판단하려는 사람과 잣대, 저울등 여러개의 측정도구를 가지고 사물을 판단하는 사람은 행동 양식이 다르니 우리도 그것을 배우자”라는 것입니다.
잣대가 하나일 경우는 두가지 선택 밖에 없습니다.
잣대가 두개일때는 선택의 폭이 4개로 늘어남니다.
잣대의 수에 따라서 선택의 폭은 2의 n승으로 늘어 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사고의 폭, 선택의 폭이 늘어 난다는 것이지 잣대가 여러개라고 재테크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하나의 판단 기준을 가진 사람이 둘중에 하나를 찍었는데 그것이 정답일수도 있고, 우리는 4지 선택에 익숙해져 있기 때 문에 선택이 다양하면 오히려 판단을 못할수도 있거든요. ^^)
부동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A와 B라는 사람이 분당의 3억원짜리 아파트와 현금 2억원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현금이라는 하나의 잣대만을 가지고 있는 B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산은 5억원입니다.
그러나 부동산과 현금이라는 두개의 잣대를 가지고 있는 A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집한채와 2억원입니다.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행동 양식에 커다란 차이가 보입니다.
가령 그 아파트가 2억원으로 떨어졌을때 B라는 사람은 추가 폭락을 두려워해서 그 집을 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A라는 사람은 현금의 시각에서 B와 같이 사고할수도 있고, 부동산의 시각에서 집을 한채에서 두채로 늘릴수 있는 호기라 생각해서 아파트 또 한채를 살수도 있습니다.
A의 입장에서는 사고의 폭과 선택의 폭이 B보다 넓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속단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향후 경기 전망과 정부의 통화 정책과 깊은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B의 입장에서는 폭락의 공포에 쌓여 있지만 A에게는 선택의 폭이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은 끝이 났기 때문에 향후 디플레이션이 진행될것이고 정부에서는 과거의 방만한 통화 정책을 반성하고 강력한 통화 환수 정책을 펼것이다.”라고 믿으면 아파트를 팔면 되는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인 7% 성장까지는 불가능하겠지만 아직도 한국은 성장 잠재력이 많은 나라이며, 정부에서도 여러 공약 사항을 수행하기 위해 통화 공급을 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고 믿으면 아파트를 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부동산이던 주식이던 금이던 외화이던 골동품이나 그림이던 보석이던 모든 투자는 재테크 성공의 지름일까요?
문제는 다양한 잣대를 가지는 것은 좋으나 이것을 재테크의 성공과 연결시키려면 그중에서도 보편 타당한 잣대를 골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희소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산품과 같이 공급이 무제한인 것은 투자 가치가 떨어집니다.
둘째, 수요가 꾸준히 있어야 합니다.
램브란트의 명화나 보석이나 수석이나 이런 것들은 희소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수요층이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 경제 상황에 따라 수요에 부침이 있을수 있습니다. 수요가 줄 경우 환금성등 문제가 있습니다.
세째, 너무 앞선 것도 문제가 됩니다.
한 백년후에는 빛을 볼 것에다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의 인기를 끌 대상에 투자가 되어야 합니다.
투자는 미인 선발대회와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버는 사람은 딱 한발짝만 먼저 판단하고 행동하는 이들입니다.
네째, 감가상각이 큰것은 투자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멋진 외제차가 보기에는 좋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 차를 이용하여 멋진 여자와 사귈수 있다면 그것도 투자라고 강변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에 이끌려 온 사랑은 그 차의 감가상각 연한과 같이 될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좁히면 상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도 자신의 지식으로는 이해되지 못한 것은 모두 마녀의 짓으로 돌렸습니다.
강남집값이 다시 술렁인다고 합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제 상황을 투기꾼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저차원적인 접근 방법입니다.
자신을 기존의 사고 틀 안에 묶어 둘 필요는 없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또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P.S.
이글은 단순히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투자 예일뿐입니다.
그보다 다양하고 투자 가치가 있는 대상이 많이 있을수 있고 그 대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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