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 그들은 누구인가?(2003/12/01)
여러 부동산 게시판을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가 ‘투기꾼’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에 입장에 따라서 투기꾼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특정 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다 투기꾼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분은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사람들이 투기꾼이라고 정의합니다.
어떤 분은 집이 여러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투기꾼이라 하고, 어떤 분은 단기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투기꾼이라 합니다.
그 주장 하나 하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 특정 지역 투기론 >
지난 2~3년간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소유 주택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주택이라도 아파트는 인기 주거 형태로 자리 잡으며 자산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다가구 주택을 비롯한 단독 주택은 애물단지의 역할을 단단히 하였습니다.
같은 아파트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서 인기 지역은 몇배의 상승을 보였는가 하면 비인기 지역은 금리 폭만큼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현상이 있었지만 교육, 교통등 지역 인프라와 인지도의 확산에 따라 특정 지역의 수요 공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이를 ‘차별화’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차별화 현상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종국에는 가수요 현상까지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 특정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과연 투기꾼일까요?
이 사람들 중의 대부분은 이번 폭등이전부터 그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였던 분들입니다.
그들은 투기 행위와 관련된 아무 행위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매금으로 넘어간 분들이죠.
그러면 2001년 이후 특정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정의할수 있을까요?
이들의 매입 행위를 투기로 본다면 실수요자의 특정지역에로의 진입 자체가 비난 받아야 하는 모순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특정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했다는 것 자체로 투기꾼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희박합니다.
< 대출 투기론 >
대출을 일으켜서 주택을 매입한 것 자체가 투기 행위다라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급격한 금리 인상을 해야 투기가 없어진다고 주장을 합니다.
대출을 하여 주택을 매입한 행위가 투기에 해당한다면 무주택자를 위해 각종 대출 제도를 만든 은행이나 정부도 투기 조장자로 낙인찍히게됩니다.
더구나 내년도 모기지론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대출을 통한 내집 마련 관행이 일반화될 경우 이러한 논란은 더 늘어나겠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모기지론을 통한 주택 매입이 일반 관행입니다.
오히려 현찰로 주택을 매입할 경우 자금 출처 관련하여 세무 당국의 주목을 받을수가 있습니다.
대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소득에 비해 과다한 대출을 받는 것이 문제일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출을 해주는 은행과 대출을 받는 개인의 문제이지 투기 행위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왜 이 문제를 집요하게 주장을 할까요?
투기 여부를 떠나서 집값 상승의 일부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동료나 부하직원이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사서 단기간에 연봉 이상의 시세 상승을 보았다 하면 부러움과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소득도 적은 후배가 산 아파트가 폭등하여 이제는 살 염두도 나지 않는 수준이 되버렸을때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할수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러한 현상은 있었습니다.
자동차 구매나 외식등 다른 소비를 줄이고 내집 마련을 먼저하느냐 또는 전세를 살더라도 ‘수준’있는 삶을 택하느냐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우선순위의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통화 유동성이 증가되고 역대 최저 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자기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도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대거 내집 마련에 나섰던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현상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등 세계 주요나라에서 비슷하게 벌어졌습니다. 전세계 투기꾼 연합이 동시에 발호한 것은 아닙니다.)
순간 선택의 차이로 그 물결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이런 상황에 승복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대출을 끼고 내집 마련한 사람은 투기꾼’이라는 시각을 가지는 것은 본인에게도 바랍직하지 못합니다.
대출을 끼고 산 집들이 올랐기 때문에 논란이 있는 것이지, 반대로 집값이 떨어졌다면 그런 논란도 없었을 것입니다.
대출을 낀것은 내집마련을 당기고자하는 하나의 수단일 따름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의한것입니다.
반대로 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늘더라도 그 것은 본인이 부담해야 할 의무입니다.
< 다주택자 투기론 >
다주택자들도 투기꾼 후보에 단골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투기꾼이라는 논리는 단순합니다.
본인이 살집은 하나면 족한데 나머지 집을 소유한것은 투기 목적이 아니냐라는 것입니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1가구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가 전체 가구의 20% 정도를 차지하더군요.
즉, 5집중 1집은 투기꾼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임대 사업자들도 있고, 정년 퇴직후 노후 대책으로 집을 사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시세 차익보다는 임대 소득에 더 큰 관심이 있죠.
또 지난 정부에서 여러 규제를 풀면서 다주택 보유를 장려한 사실까지 감안하면, 이들 다주택자 모두에게 투기 혐의를 쓰우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 단기 거래 투기론 >
그러면 마지막에 있는 단기 거래자가 투기 협의를 받을 확률이 가장 높겠군요.
투기의 정의중 하나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불확실하고 고위험이 따르는 투자 행위’인 만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사고 팔기를 거듭하는 행위는 투기로 의심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주택의 보유 기간이 짧을 경우 또는 미등기 전매의 경우 투기로 분류될수도 있겠죠.
그러나 정부에서는 양도소득세를 통해 이들 단기 거래자에 대한 차별적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에 세금의 탈루 혐의가 없는 이들 정상적인 거래도 투기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 투기의 정의 >
그러므로 투기란 현재의 주택 소유 유무, 대출의 유무, 단기 거래 경험등 상태(status)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태에 이르기 까지 벌어진 행위(action)에 불법성이 개입되었는가로 판단되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단기 차익을 노렸는가 만으로 판단할 경우 정상적인 상거래의 상당부분이 투기로 분류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 동료였던 A와 B는 작년말 대선을 전후하여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무주택자인 A는 강남에 아파트를 한채 마련하였습니다.
반면 유주택자였던 B는 참여 정부 이후 부동산 경기가 하강할것으로 예상하여 서둘러 아파트를 처분하여 모두 현금화하였습니다.
그후 결과는 아시는 바 같습니다. 이
때 무주택자인 B가 유주택자인 A에게 투기꾼이라 비난할수 있을까요?
단기간의 이익을 취하려 한 사람은 A보다 B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주식 시장이 몇년간 시세 변동 없이 계속 같은 지수를 지킨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을때 배당 소득만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 거래량이 급감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투기 세력이 돈을 버는 것은 안정화된 시장이 아니라 시장이 출렁거릴때 입니다.
주가가 빠질때는 개미라 불리는 일반 투자자와 달리 매물을 꾸준히 매집하였다가 매집이 끝나면 각종 호재를 터트리며, 사고 팔기를 거듭하면서 거래량을 늘이며 일반 투자자들이 달려 붙을때 까지 작전을 계속합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물량이 일반 투자자로 넘어가면 악재가 과장되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 중심에 투기 세력이 있음은 당연하구요.
부동산 시장은 주식시장과 다릅니다.
그러나 두 시장을 비슷하게 보고 시장을 조작하려는 세력은 존재합니다.
시장이 저조할때 물건을 매집하고 각종 장미빛 호재를 내세우며 특정 지역이나 특정 아파트를 홍보하다가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팔고 나서는 무주택자라는 가면을 쓰고 집있는 사람들을 오히려 투기꾼으로 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온갖 악재로 사람들을 겁주어 싼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선택의 중심에 자신이 서있어야 합니다.
거짓 정보에 휩싸여 흔들리다 보면 원하지 않는 거래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유주택자는 투기꾼이고, 무주택자는 서민이라는 일차원적인 도식은 위험한 사고방식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보다 먼저 집을 마련한 사람은 투기꾼이고 자기보다 나중에 집을 마련한 사람은 무능력자로 보는 자기 중심적 사고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신의 입장만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부동산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특정 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제 상황을 모두 투기꾼의 탓으로 치부하는 것은 그 이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이론들은 사회 구성원 사이에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고, 종국에는 주장하는 자신 조차 피폐하게 만듭니다.
1가구 1주택자는 사회의 근간입니다.
어느 정부도 1가구 1주택자를 무주택자로 만드는 정책을 쓰지는 않습니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 그리고 1가구 다 주택자의 비율이 40% : 40% : 20%로 나타났습니다.
5년후 센서스에서 어떤 수치를 보일지를 주목해 봅시다.
1가구 1주택자가 늘어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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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 (부동산 컬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