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사기 1부(2004/04/10)
우준희님 선물입니다. ^^ 이미 많이 준비하셨겠지만... 한번 아시는 것과 체크해 보세요. 작년 8월에 모 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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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집을 살것인가 말것인가?
< 집에 대한 인식의 차 >
미국에서도 집을 산다는 것은 상당히 신중한 의사 결정이 따릅니다. 그러나 그 심각도면에서는 한국보다 덜한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집사기는 ‘일생을 걸쳐 벌어논 돈의 투자’ 또는 ‘내집마련이라는 꿈의 실현’이라는 개념이 강한데 비해 미국에서는 거주의 개념이 강해서 그런지 집을 사는데 우리처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거주의 개념이라고 하면 집을 사지 않는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임대 제도가 무척 발달되어 있지만 임대 주택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임시직이나 단기 계약직등 그 지역에서의 고용이 불안한 뜨내기들 위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가지면 내집을 사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깁니다. (세금 제도가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집을 고를때는 자신의 자산을 기준으로 집을 고르게 됩니다. 즉 과거에 얼마를 벌어 얼마의 자산을 축적해 놓았느냐가 집의 위치나 크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만 미국에서는 현재 얼마를 벌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는 모기지론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인데, 지금 있는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벌 돈으로 집을 산다는 개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무 당국(IRS)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모기지 론을 끼지 않고 현금으로만 집을 구매한다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간혹 한국에서 오신분들은 현금으로 사는 것을 원하는데 3부에서 설명을 하겠지만 모기지 론을 얻어서 집을 구매하는 것이 현금으로 사는 것보다 비용면에서 유리합니다.
집 값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집값이 50만불이라고 하면 우리는 째빨리 1200원을 곱하여 “아하 6억원.. 무지 비싸네”하고 계산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50만불하면 10분의 1로 환산을 하여 “아하 5만불.. 적당하네”하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45만불은 30년간 천천히 갚아나갈 빚입니다. 이들은 이것도 빚으로 생각하지 않고 월 지불 비용 (monthly payment)라고 해서 당연히 한달에 한번 주거비로 낸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즉 본인의 한달 월급이 5천불 정도이면 주거비로 평균 40%를 지불하기 때문에 한달에 2천불 정도 비용이 들어 가는 집을 살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을 사지 않더라도 월세 (렌트비)가 매월 이 정도는 들어가기 때문에 특별히 단기간내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렌트비도 시장 가격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보통 그 집의 모기지 페이먼트의 이자 부분에다 재산세를 합한 금액 정도가 기본 금액이 됩니다. 렌트 수요가 많은 곳은 거기다 약간의 이득이 더해져서 모기지 페이먼트의 원금 부분까지 렌트비로 산정합니다.
< 이자율과 집값 >
미국에서 이자율과 집값은 깊은 상관 관계를 보입니다.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한달에 2천불로 1500 sq ft (평방 피트, 스퀘어 피트라고 읽으며 나누기 36을 하면 우리나라의 평수와 비슷함)에서 살던 사람이 같은 돈으로 2000 sq ft 짜리 집에서 살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즉, 과거에 원금 30만불의 이자가 2천불이었다면 이자가 내렸으므로 원금 40만불에 대한 이자가 2천불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람은 같은 돈으로 더 좋은 집에서 살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약간 갸우뚱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미국의 모기지론은 이자 고정식이 많다고 하면서 이자가 떨어진다고 어떻게 혜택을 볼수 있나? 모순 아닌가.” 그러나 그 대출 자체에 이자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리파이낸싱(refinancing)이라는 신규 대출을 통하여 새로 대출을 받고 이전 대출은 갚아 버리는 방법을 취하면 됩니다. 즉, 모기지론으로 대출을 받은후 이자가 떨어지면 새로 대출을 얻고, 이자율이 올라가면 원래 계획대로 갚고하면 되는 것입니다. 최근의 미국의 집값 상승은 이자율의 하락에 기인합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지난 수년간 연 20%의 성장을 보여왔습니다. (같은 기간에 한국도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면 미국 사람들은 무척 신기해 함.)
< 부동산 하락 가능성 >
사람마다 가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 집값이 비싸다 싸다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미국에 사시는 교포분은 “미국에서는 풀장까지 갖춘 고급 저택이 몇십만불에 불과한데, 서울의 닭장같은 아파트 값은 턱도 없이 비싸니 거품이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말도 전혀 틀리지가 않습니다. 주거의 질로만 보면 한국의 아파트는 무척 비쌉니다. 그러나 비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도 평창에 짓는 고급 펜션도 별로 비싸지 않습니다. 펜션이 아니라 전원 주택을 공기 좋고 물좋은 평창에 짓는다면 미국 집값의 반 이하로도 충분히 질수가 있습니다. ‘아파트는 땅이다’라는 글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서울의 집값은 자재비보다는 땅값의 영향을 더 받습니다. 그런면에서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땅을 가진 미국과 일정한 면적내에서 어떻하면 부수고 더 많이 지을가를 고민하는 서울과는 비교 자체가 안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의 집값은 이자율과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지난 몇년간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자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작은 집에서 큰집으로, 헌집에서 새집으로 이사가려는 수요가 많아져서 미국의 주택 시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이자율을 무한정 내릴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집값이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자율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올릴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집값 하락의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대부분 고정 금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자율이 오른다고 대출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규 구입시 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신규 수요가 급격하게 준다는 영향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90년대 초에 부동산 가격의 하락 경험이 있습니다.
< 미래에 대한 보험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워드씨(가명)는 주택을 매입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이자율의 하락으로 렌트비 지출보다는 모기지 론 이자가 더 싸졌기 때문입니다. 렌트비는 매년 물가 상승율 정도 인상됩니다. 렌트비가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이자율을 고정시켜 놓는다면 집을 사는 것이 렌트보다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두번째 이유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보험의 성격입니다.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점점 내집 마련이 힘들것이기 때문에 돈을 다모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사게될 집을 미리 산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미래의 내집 마련을 현재의 가격으로… 이것이 모기기 론의 기본 사상입니다.)
만약 집값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망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집을 늘려갈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2000 sq ft 집이 40만불이고 2500 sq ft 집이 50만불이라 할때 현재는 집을 늘여 가는데는 10만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20% 집값이 폭락한다고 할때 8만불만 있으면 집을 늘여갈수가 있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집값이 떨어졌을때 사는 것인데, 그럴게 될지 않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워드씨는 판단하였습니다.
세번째 이유는 주거의 안정성입니다. 미국은 한달간의 사전 통보후에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판다던지, 본인이 들어와 산다고 결정하면 세입자의 계획과 상관 없이 집을 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학교는 사는 지역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전학을 하여야 합니다. 새학교에서의 적응 문제등을 고려하면 그 지역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데 임대가 한국처럼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건에 맞는 이사갈 집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 지역 고르기 >
집을 사겠다고 결정을 했으면 그 다음 단계는 지역을 고르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교통, 교육, 환경을 3대 요소와 그 지역의 수요 공급을 살펴보고 결정하면 큰 오류가 없습니다.
미국에서의 교통망은 비교적 잘되어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차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대중 교통망보다는 직장까지의 출퇴근의 용이성 (출퇴근 시간 및 비용)등을 따져야 합니다.
교육 환경은 미국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매년 봄에 2학년부터 11학년 (고2)까지 전학생이 시험을 치루고 이를 학교별로 웹으로도 공개하기 때문에 어느 학교가 잘 가르치는 학교인지 쉽게 알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자신에 맞는 수준의 지역을 고르면 됩니다. (학군이 좋으면 집값이 비싸고, 학군이 떨어지면 집값이 쌉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것이 인종 분포도입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은 학교는 점수가 높습니다. 그것은 학교가 잘가르친다는 것 보다는 사교육에 의한 영향도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여 판단을 하여야 합니다.
환경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환경에 대한 제재가 많기 때문에 유해 시설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압선, 도로등 기피 시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로의 경우 교통량이 많은 대로등은 피해야 합니다. 미국인의 경우 조용한 곳을 선호하여 골목의 막다른 집이 대로변보다 월등히 비쌉니다. (단독주택의 경우 한국은 대로변에 접하면 나중에 상가 주택을 지을수 있기 때문에 비싸지만 미국에서는 자기 땅이라도 맘대로 건축할수 없습니다.)
위의 세가지 요소 이외에도 향후 집값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이 그 지역의 수요와 공급 상황입니다. 그 지역에 인구가 계속되는가 여부와 그 지역의 주택 공급 가능성이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인구의 유입은 그 지역의 산업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90년대에 인기가 높았던 실리콘밸리 지역은 IT산업이 주춤함에 따라 집값이 성장세를 멈추었고 일부 지역은 내리기 까지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 지역의 산업이 사양산업인지 성장산업인지에 따라 인구의 유입 속도가 다릅니다.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지역도 유망한 지역입니다. 특히 히스패닉이나 흑인보다는 주택구입 능력을 갖춘 유럽계나 아시아계 이민자의 선호 지역도 유망합니다. 이민자의 경우 일단 동족이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터전을 잡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 지역의 주택 수요가 커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차이나타운 한인타운화하여 주택수요자의 다수계인 백인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집을 마련하는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는 과잉공급의 위험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미국은 집을 지을 땅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기간내에 과잉 공급 위험은 매우 적습니다. 미국에서는 20년후 계획까지 미리 잡아놓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단시일내에 처리하는 속도감은 없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지진때문에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나 벽돌로 쌓는 조적식 건물은 지을수 없고 철제 앵글과 나무로만 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준으로는 1주일이면 충분히 지을 집인데도, 몇달식 천천히 짓고는 합니다. 단독주택의 경우도 개별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전체를 건설회사가 수주를 하여 짓게됩니다. 분양제도는 보통 선착순으로 하고, 계약금을 1만불 정도만 걸고 집을 다 지은후 인수시 나머지 차액을 지불합니다.
이때 재미난 것은 입주자가 자기 집을 1년간 팔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세금등의 문제가 아니라 1년에 걸쳐 단지를 완성하는데 한꺼번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의 일부부터 차례로 지어 나갑니다. 이때 먼저 분양받아 입주한 사람이 집을 팔아 버린다면 분양사 입장에서는 아직 완공하지 못한 집의 분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보통 먼저 분양된 집을 조금 싼값에 시작하여 점점 분양가를 올리는 것이 통상적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먼저 분양된 집은 쇼핑센터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공사중의 흙먼지나 소음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단지(Community)의 건설이 끝나면 가격은 제일 나중에 분양된 가격 기준으로 시장 가격이 설정되겠지요.
무주택자의 입장에서 보면 얄미울 정도로 조금씩만 새집을 공급합니다. 한꺼번에 공급을 확대하면 싸게 살수도 있을 것 같은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미국 주택 시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주에는 매매협상, 에스크로, 모기지 론 일으키기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