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시류에 빠져 오판하지 말자!
출처:http://www.yakup.com/news/?mode=view&cat=13&nid=170490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3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한 달 평균 255건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30% 이상인 가운데 교육서비스업, 농어업, 제조업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29.0%), 경기(13.7%), 광주(8.1%), 부산(6.0%)의 순이다.
그야말로 열화와 같은 협동조합 창업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평균 고용인원 3.1명에다 출자금이 1천만원을 밑도는 조합이 65%를 차지하여 부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의 경제 실상을 잠깐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천국이라 불린다. OECD 평균 10%대에 비해 25%(600여만명)를 육박하니 경제활동인구 4~5명 중 1명꼴로 그 종사자가 많기 때문이다. 약국, 병의원도 대부분 이에 속한다. 문제는 이 중 25% 이상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 정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지옥에 다름없다.
이 시점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의 약국은 안녕하신지.
흔히 협동조합을 이타경제라고 부른다. 자본과 경쟁, 이익 중심으로 대변되는 주식회사와 달리 사람과 협동, 나눔 중심으로 상징되는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지난 1937년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에서 처음 채택된 이래 1995년 맨체스터 총회에서 다시 수정 채택된 내용이다.
제1원칙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현행법에 의하면 5인 이상의 출자로 설립이 가능하다. 또한 소액의 출자금으로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원하는 때에 출자금을 돌려받고 탈퇴할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해 다수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언제라도 붕괴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2원칙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주식 보유수에 따라 끗발을 부리는 주식회사와 달리 철저하게 1인 1표제를 고수한다. 1인이 총 출자금의 30%까지 출자할 수 있지만 발언권과 의결권은 똑같이 주어진다. 따라서 돈의 힘에 따라 경영 질서가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지지와 소통하는 힘에서 절제된 권력이 형성된다.
제3원칙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협동조합은 잉여금을 출자금의 액수 또는 조합원의 이용실적에 따라 배당한다. 하지만 법에 의하면 출자금에 따른 배당은 10% 이내로 제한하는 반면 이용실적에 따른 배당을 50% 이상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이용실적, 즉 경제적 참여를 하는 조합원의 기여도를 높여 계속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라는 지침이다.
제4원칙 자율과 독립.
협동조합은 엄연히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출자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체이다. 만약에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그들의 규제와 간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농림부장관이 중앙회장을 임명하는 우리나라 농협은 엄밀히 말해 무늬만 협동조합인 셈이다.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사회적기업과 혼동하지 말아야 할 핵심 원칙이다.
제5원칙 교육, 훈련 및 정보의 제공.
법은 반드시 일정액을 조합원 교육비로 써야 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의 전반적인 소통과 공유, 조합원의 혁신적 사고를 도출하는 것은 사업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돌격 앞으로’가 아니라 ‘다함께 차차차’ 가 협동의 근본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6원칙 협동조합간의 협동.
협동조합의 태동은 대개 경제적 약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거대기업에 맞서는 힘은 상당부분 협동조합간의 연대로 극복해야 한다. 지역을 넘어 동종간 이종간 연합활동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제7원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앞으로의 미래는 고용창출 없는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다. 기술혁신이 더 이상의 고용증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던 UN도 가장 강력한 고용증대 창구로 협동조합을 꼽았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함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약사 사회에 2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여러 지방에서 협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공동구매를 통한 조합원의 수익증진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는 자칫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
좀 더 대의적인 발기 목적과 창업 정신이 절실하다. 건강을 돌보는 일이 어디 상품판매로만 그칠 수 있겠는가. 그릇된 상업정보에 휘둘리는 소비자, 늘어나는 노인문제, 점점 황폐화 하는 지구환경 등 약사회가 관여해야 할 사업 아이디어가 어디 한 둘 인가. 시류에 빠져 오판하지 않기를 바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음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