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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3D관련

성큼 튀어나온 3D 기술, 미래는…

by 크레도스 2011. 10. 18.

3D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TV는 물론이고, 노트북, 스마트폰, 카메라까지 3D로 찍고, 감상할 수 있다. 3D 기술은 명실공히 IT 업계 필수 기능인 셈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3D 기술의 현재에 대해 어떤 말을 할까. 앞으로 3D 기술은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 블로터닷넷이 자리를 마련했다. 3D 촬영 장비를 지원하는 소니와 3D 디스플레이 기술 확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LG전자, 그리고 3D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셔터안경 방식이나 필름패턴 방식 등 3D 기술에 관한 지리한 영역다툼 얘기 아니냐고? 틀렸다. 넓은 시각에서 오늘의 3D 기술과 내일의 3D 기술을 살펴봤다.

  • 일시: 2011년 9월29일
  • 장소: 신촌 ‘민들레영토’ 세미나실
  • 참가자: 김경우 소니코리아 방송장비 및 전문장비 분야 과장, 김성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배문식 LG전자 LCD TV 연구소 수석연구원, 오원석 블로터닷넷 기자

오원석 : 오늘 모인 사람의 면면을 보니, 분야가 다양하다. 촬영과 영상 디스플레이, 기술 연구원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각자 분야에서 현재 3D 기술과 관련해 몰두하고 있는 분야를 말씀해 달라.

김경우 : 소니는 3D 영화를 통해 3D 붐이 일었다고 본다. 이 같은 붐을 이어가기 위해 방송 콘텐츠에 3D 기술 도입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라이브 3D 촬영 기술이 소니가 집중하는 부분이다. 2D로 촬영하고 편집해서 3D 영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촬영 단계부터 3D로 찍고 3D로 송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3D 영화 촬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오원석 : 2D로 찍어 나중에 3D로 편집하는 방식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나.

김경우 : 3D 라이브 촬영 기술은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가미해 현장에서 3D를 촬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3D 영상처리 프로세서가 2개의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의 오차를 줄이고,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3D로 프로세싱하는 기술이다. 촬영 때 뿐만 아니라 영화를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오원석 : LG전자 디스플레이 쪽은 3D에 대해 현재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가.

배문식 : 지난해에는 크로스토크 문제가 큰 이슈였다면 지금은 2D 콘텐츠를 3D 콘텐츠로 바꿔주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크로스토크 문제는 현재 LG전자가 이용하는 기술에서는 1% 미만으로 떨어뜨렸다. 이 정도면 크로스토크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판단한다. 2D 영상을 3D 영상으로 전환하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3D 콘텐츠를 늘리기 위함이다.

*크로스토크는 3D 영상을 출력할 때 좌·우 영상이 겹쳐 3D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현상으로 일종의 간섭 현상이다.

김성규 : 크로스토크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됐나?

배문식 : 현재 크로스토크 현상은 1% 미만이다. 지금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연구해 보니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있더라. 지금보다 더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일반 사용자가 크로스토크 현상에 대해 불만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김성규 : 크로스토크는 영상대비가 심한 상황에서 더 잘 나타나는데, 대비가 심한 상황은 어떤가? 예를 들면 흰색과 검은색만 나오는 영상 말이다.

배문식 : LG전자에서 크로스토크를 측정할 때는 최악의 조건을 만들고 테스트한다. 왼쪽은 흰색이고 오른쪽은 검은색으로 색칠된 영상 같은 거다. 이때 0.5~1% 크로스토크를 보인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화면에선 크로스토크 수준은 더 내려간다. 사용자가 크로스토크에 대해 전혀 감지하지 못하려면 최악의 조건에서 크로스토크가 0.5% 이하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원석 : 2D를 3D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에 대해 보충설명을 한다면?

배문식 : 2D 영상을 3D로 만드는 과정은, 카메라 하나로 찍은 영상을 두 대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처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영상엔 복합적인 요소가 많다. 영상에 있는 각종 사물을 예로 들 수 있다. 나뭇잎이 좋은 예다. 이들을 영상별로 하나하나 모형화해야 한다. 중첩의 원리를 쓰거나 어떤 사물이 앞에 있고 뒤에 있느냐 등을 판단하기도 하고, 과거에는 영상의 휘도를 통해 3D 영상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철도가 있으면 소실점을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어떤 기술을 이용하든 오류가 적잖다. 아무래도 카메라 두 대로 찍은 것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는 개선이 많이 될 것으로 본다.

김경우 : 가장 좋은 건, 카메라 한 대로 찍어서 3D 영상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제작 단계에서는 이미 2D-to-3D 컨버터가 상용화되고 있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쓰이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에 대한 개발 과제가 진행 중이고, 2D-to-3D 컨버터 기술이 촬영 단계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문식 : 예를 들어 영화 ‘아바타’도 카메라 두 대로 찍은 부분은 아주 적다. 대부분 2D 영상을 3D 영상으로 바꾼 영화다. 이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재미있는 점은 손재주 좋은 한국사람을 대거 채용해서 2D 영상을 3D로 바꾸는 작업을 맡겼다고 하더라.

김경우 : 예를 들어 1초에 24프레임이 지나가는 2시간짜리 영화를 수작업으로 3D로 만들려면 작업량이 엄청나다. 프레임 하나하나를 다 고쳐야 한다.

오원석 : 3D를 연구하는 쪽은 현재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

김성규 : 무안경식 3D 기술에 대해 연구가 한창이다. 닌텐도3DS처럼 무안경식 3D 기술을 채용한 제품도 있다. 이 같은 제품들은 입체감은 수준급이다. 하지만 시야각이 큰 문제다. 3D 효과를 느끼기 위해선 디스플레이에 사람의 시점을 정확하게 고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게임을 하다 시점이 흔들리면 3D를 느낄 수 없다.

무안경식 노트북 제품도 있는데, 뛰어난 발전은 없었다. 시점을 고정하고 이용해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 사람은 항상 움직이기 때문이다. 안경 방식과 천지차이다.

오원석 : 한국보다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무안경 3D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것 같다.

김성규 : 일본이 무안경 3D 기술에 적극적인 건 한국의 안경방식 시장에서 밀리다보니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무안경 방식은 시장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3D 기술 중엔 무안경 기술도 있다고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는 ‘트래킹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사용자의 눈동자를 따라가며 3D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시점을 옮겨주는 기술이다. 아직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다시점 방식도 함께 연구가 진행 중이다. 3D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시점이 많아지면, 사람이 움직이는 것 때문에 시점이 빗나가도 3D를 느낄 수 있지 않나. 근본적으로 크로스토크 현상을 잡기는 어렵지만, 우리 실험에서는 크로스토크 현상을 3%까지 낮췄다. 이 정도면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사람이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크로스토크 현상을 5%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다.

오원석 : 무안경 기술은 언제쯤 상용화가 가능할까.

김성규 : 하드웨어 개발은 연구소 수준으로는 힘들고 시간이 걸릴 듯하지만, 올해 안에 최초로 무안경 방식을 시연하는 게 목표다. 그 이후엔 지원을 받아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핵심은 과거 안경방식 수준으로 크로스토크를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해상도 문제다. 무안경 방식은 1인용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화면 크기를 키울 수 없다. 수평·수직 각도뿐만 아니라 눈과 디스플레이 사이의 거리도 무안경 방식에선 치명적이다. 그 부분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배문식 : 연구소에서 휴먼팩터에 대한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3D 기술은 휴먼팩터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김성규 : 맞다. 인간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아직 연구가 불충분하다. 그래서 3D 영상이 일부러 깊이감을 많이 주지 않는다. 피로감 때문이다. 피로감을 없앨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인정받는 것은 홀로그래피 정도다.

배문식 : 실제로 입체감을 깊게 주면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영화를 통해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래서 과도하게 입체감을 줄 수 없다.

김성규 : 10여년 전 일본에서 겪었다.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는 20분짜리 3D 영화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게 재미있어서 하루에 두 번 봤다. 처음에 보고 재미있어서 바로 다음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런데 두 번째 보는데 정말 힘들더라. 흔히 말하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결국 눈을 감았다. 그만큼 피로도가 심각하다. 예전에 3D 영화 본 뒤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았나.

김경우 : 3D 영상을 본다는 것 자체가, 머리에서 분석할 수 없는 어지러운 영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먼팩터 연구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성규 :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휴먼팩터는 기술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3D 기술은 사용자가 영상을 볼 때 피로감을 느끼는 등 문제가 남아 있다.

오원석 : 3D를 보는 방식이 지금은 상당히 혼재된 것 같다. 영상을 보여줄 때 영상 두 장을 좌우나 상하로 겹친 것도 있고, 사람이 3D를 볼 때도 셔터안경과 필름패턴 방식이 있지 않나. 방금 말한 무안경 방식까지 있으니 3D 기술 하나를 둘러싸고 많은 기술이 있다. 기술 표준과 관련 있는 부분인가?

배문식 : 과거 HD-DVD와 블루레이의 싸움처럼 셔터방식이냐 필름방식이냐를 따지는 시기라고 보는 게 맞다. 몇 년이 지나면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 무안경 방식이 대중화되기 전에 결정이 나지 않을까.

오원석 : 3D 기술을 사용자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 아닌가. 3D로 촬영해도 3D로 보는 사람이 없다면, 결국 3D 촬영 횟수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질 법도 한데.

김성규 : 디스플레이 장비 인프라 면에서는 현재 많이 확산됐다고 생각한다. 3D 프로젝터 제품도 있고, 3D 모니터, 개인용 휴대폰까지 3D 제품이 나오지 않았나. 3D로 찍고 볼 수 있는 풀 라인업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인프라 면에서는 제조사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배문식 : LG전자의 “3D로 찍고, 즐기고, 간직한다”라는 광고 문구가 바로 그거다. 3D 인프라 풀 라인업.

김경우 : 인프라 확산 노력은 촬영장비 쪽에서도 한다. 처음에 3D 인프라로 선택한 게 극장이었다. 4K(해상도 4096×2160) 프로젝터에 3D 콘텐츠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3D 홈 프로젝터도 출시했다. 이 정도면 사용자가 3D 기술을 즐길 환경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도 이제 3D와 친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오원석 : 앞으로는 3D가 모든 영상의 표준이 되는 걸까.

김경우 : 그런 건 아니다. 3D 기술은 하나의 프리미엄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영상기술 위에 3D 기술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다. 모든 영상이 3D로 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방송용 장비에 3D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한다고 해서 3D 기술이 현재 HD 기술만큼 표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하이엔드 시장에 3D가 포지셔닝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문식 : 소니가 잘 만들 거라는 걸 믿는다(웃음). 잘 만들어진 3D 영상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사용자는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TV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3D를 접할 기회를 늘려나가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현재 팔려나가는 TV 중 70~80%는 3DTV다. 인프라는 갖춰져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다. 이제는 휴대폰으로도 3D를 찍을 수 있잖은가. 3D 기술이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규 : 확실히 LG전자 때문에 3D 인프라의 가격이 내려갔다.

배문식 : 3D는 프리미엄 기능이지만, 가격은 프리미엄 하지 않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리미엄 기능이 되지 않을까.

오원석 : 앞으로 3D 기술은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

김성규 : 무안경 방식은 현재 한계를 넘어야 한다. 지금은 문제가 많은데,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 문제를 아직은 고칠 수 없다. 지금 나와 있는 제품도 무안경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제품은 아니고, 실험적인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배문식 : 궁극적으로는 3D 기술은 무안경 방식으로 간다고 본다. 지금의 무안경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홀로그램과 같은 전혀 다른 기술이 적용된 무안경 기술이 될 수도 있다.

김성규 : 아마 무안경 방식은 특수목적용 시장이 먼저 시작될 것이다. 의료용 기기나 MRI 등이다. 재미있는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다.

배문식 : 3D 콘텐츠는 끊임없이 나올 것이고, 3D 기술은 그래서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기에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