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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는 걷는다

하정우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

by 크레도스 2018. 11. 28.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277&aid=0004365356


27일 합정동에서 열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를 설명하고 있는 배우 하정우(문학동네 제공)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배우 하정우(40) 씨는 영화계의 소문난 걷기 마니아다. 하루에 적어도 3만보, 많게는 10만보까지 걷는다. 추운 날씨도, 미세먼지도 그를 막을 수 없다.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여덟 시간동안 걸어간 적도 있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를 걷는 '국토대장정'도 했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얼굴이 알려지면서 하와이에 가서 걷곤 한다. 하와이 공항 직원들도 그를 '무비스타'로 알아본다. 2주간 하와이를 활보한 거리만 550㎞에 달한다. 이정도면 마니아를 넘어선 중독 수준이다. 걷기의 좋은 점을 설파하고 싶었던 하정우 씨가 책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그가 쓴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는 지난 23일 출간 4일 만에 4쇄를 찍었다.

하 씨는 27일 합정동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이제 작가라고 불러야 하냐"는 질문에 쑥스럽게 웃었다. "책을 썼다고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걷기를 통해 얻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뿐"이라면서 "전업 작가도 아니고 이런 작업에 익숙하지도 않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행간에 숨어있는 저의 마음을 잘 읽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단순히 하정우 씨의 걷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지금까지 '배우 하정우'가 걸어온 길, '인간 하정우'의 삶과 여정이 담겨 있다. 그가 걸어온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길 끝에서 바뀐 인생과 생각들이 녹아나온다. '베를린', '아가씨', '신과 함께'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 숨어있는 그의 땀과 기도가 묻어난다. "작품을 하다보면 1년에 만나는 사람이 1000명 정도 된다. 정신없이 살아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정신을 차리려 했고 그 때마다 일기를 쓰고 기록을 한다. 그 감정들을 걷기를 통해 풀어냈다."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자 "오늘 저녁에 뭐를 먹지, 맥주를 마실까, 영화 'PMC: 더 벙커'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생각을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에게 걷기는 잊고 사는 소소한 행복, 지나쳐가는 일상을 다잡게 해주는 힘이다. "걷다보니 문득 초등학교 때 운동회를 끝나고 집에 가면서 엄마가 무슨 밥을 해줄지 생각하며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때 느꼈던 바깥의 공기 냄새가 느껴졌다. 그렇게 오랜만에 걷기를 통해 잊고 있었던 감각들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번 에세이는 그가 7년 전 그림을 주제로 펴낸 책 '하정우, 느낌 있다' 이후 두 번째 책이다. 하정우 씨는 걷기와 그림그리기는 자신이 배우로 살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양 축이라고 말했다. 지친 자신에게 위안과 힐링, 자양분을 주는 게 바로 걷기와 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는 게 아니라 가이드가 돼 주고 싶다며 "이번 책은 7년 만에 나왔지만 다음에는 5년 뒤에 다시 책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책은 그에게 잃고 싶지 않은 아날로그 감성, 잊고 싶지 않은 영혼의 필수품이라고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각오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