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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협동조합

'기대 반 우려반' 막오른 협동조합 시대

by 크레도스 2012. 12. 3.

지난 1일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돼 협동조합 시대가 열렸다. 이제 5명 이상이 모이면 금융·보험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관련 특별법이 필요했고, 수 백 명의 조합원을 확보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감히 엄두조차 못 냈던 이전에 비해 설립요건이 파격적으로 완화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3000여 개의 신설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2017년까지 최대 4만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대리운전자, 동네 슈퍼,미용실 주인, 막걸리 제조업자, 친환경 농업인, 출판업자 등 영세사업자들이 협동조합 결성에 들어갔다. 앞으로 공동 육아나 노인 돌봄, 의료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수많은 조합들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협동조합시대는 무한경쟁의 승자독식주의가 판치는 우리의 기업문화에 조화와 상생의 길을 터놓았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 한 사람이 전체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할 수 없고, 의결권도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1인 1표로 이뤄진다. 1주 1표의 원칙에 따라 대주주가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보통기업들과 소유 및 의사결정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잉여금도 반드시 10%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 결국 서로 마음을 맞추고 도와가며 조합을 키워 과실을 나눠먹는 ‘동업정신’에 충실해야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협동조합은 빈사상태에 놓여있는 골목상권에 활로를 열어 줄 수 있다. 동네 빵집·서점·슈퍼 등이 삼삼오오 모여 주민들에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상권을 되살리고 그 혜택을 나눠 갖는 선순환의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 최선인 양 인위적으로 설립 붐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같은 가시적인 효과를 의식해 재정 지원책을 쏟아내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자주, 자립, 자치’의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미 숱한 실패 사례를 낳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 볼 수 있듯이 조합원들이 정부의 보조금이나 기대하고 여기저기에 손을 벌릴 생각이나 한다면 혈세를 좀먹는 불량 집단을 양산하게 될 뿐이다. 정부의 지원은 조합원 직무 교육이나 설립 환경 조성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