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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28일 을지로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전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열려 관계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
대리운전·미화원·다문화 등 각양각색 조합 설립
“사업적으로 성공한 모델 많이 나와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현재 유럽연합 전체에서 ‘잘사는 지역’ 5위 안에 드는 곳이다. 그러나 1950년대만 해도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 불과했다. 볼로냐가 잘 살게 된 비결은 바로 협동조합 덕분이다. 실제 볼로냐의 협동조합 경제 비중은 45%나 된다. 볼로냐가 속한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인구 430만 명에 1인당 소득 4만 유로로 평균임금은 이탈리아 전체 평균의 2배며, 실업률은 3%에 불과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볼로냐의 민-관 협동 보육시설을 벤치마킹 하고자 방문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신고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농협·수협·신협 등 특별법에 정해진 8종외에는 설립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이제부터는 금융·보험업 외의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장점은 독과점 등 자본주의 약점을 보완하고 취약층에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 복지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일자리와 ‘착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받으며 주목 받았다.
실제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한 달 만에 조합 설립신고나 인가신청이 13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8일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에 들어온 협동조합 설립신고와 사회적협동조합 인가신청 건수는 총 128건이었다.
서울시의 1호 협동조합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다. 업체 쪽의 지나친 콜수수료, 부당한 벌금 및 보험료를 떠넘기는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겠다는 대리운전기사 100여 명이 뭉쳤다.
그리고 캠퍼스 한쪽에서 텃밭을 일구던 대학생들이 모인 도시농업 협동조합인 ‘씨앗들’, 중소 아웃소싱업체들의 ‘한국아웃소싱협동조합’ 등도 신고를 마쳤다.
또 다문화 가정의 이주자들과 자녀들을 위한 ‘다문화협동조합’은 충남 금산·논산 등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계약만료를 앞두고 갈등을 빚던 청소대행업체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새해부터 업무를 시작한 사례도 있다. 광주 광산구는 지난해 12월 31일 “클린광산협동조합과 월곡 1·2동, 하남2지구 생활·음식물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품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체결해 신년 1월 2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클린광산협동조합’은 기존 청소를 대행하던 D미화 소속 미화원 16명이 설립했다. D미화는 업체의 사정으로 2013년 청소 대행계약 해지가 예정됐었고 이에 미화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집회 등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은 투명한 조합 운영과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조합원 간 갈등을 우려해 노동 문제에 정통한 변호사를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8000~1만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돼 취업자 수가 4만~5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법 시행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협동조합이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지자체, 정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협동조합을 통해 단순히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므로 ‘사회 안전망’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협동조합 설립의 기본적인 목표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사회 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협동조합이 제대로 자리잡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적으로 성공한 모델이 많이 나와서 긍정적인 효과가 확산돼야 하고, 다양한 홍보를 통해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협동과 상생이라는 내용이 잘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특혜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대신 영리기업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협동조합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초창기 협동조합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을 때까지는 생태계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