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매일매일 키가 크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보시는 친척분들이 아이들이 많이 큰것 같다고 말씀하시면 그제서야 실감을 합니다.
저는 미국에 살고 있으나 업무 관계로 가끔 한국에 출장을 가고는 합니다.
그때 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원래 장사하시는 분들과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로 부터는 예전에도 경기가 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으므로 그것을 감안하여 생각하더라도 점점 침체되는 분위기를 느낍니다.
특히 빈 택시 잡기가 좋아졌다는 것은 경기 상태를 반증해 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시점에 “한국 경제 문제 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십시오.”라고 말한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물론 북핵문제, 가계 부채의 증가등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극복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한순간도 단기적 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미국 유럽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국제화에 깊숙이 발을 들여 논 한국 경제로서도 이러한 선진국의 장기 불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선진국이 장기 불황에 빠져 들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감원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내수 수요 감소로 이어져 불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전문가 그룹에서도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L경제 연구원에서 작성한 L그룹 내부용 자료를 읽어 본적이 있습니다.
“2003년 거시경제 불안요인과 전망”이라는 글입니다.
그 주요 내용은 “이라크 전쟁이 조기 종결되었지만 아직도 북핵 문제와 SK사태로 촉발된 국가 신용도 하락 가능성으로 주식시장에서 외국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 될수 있으며, 이로 인한 원화의 약세와 외환 시장의 불안정도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내수 시장 침체와 노사분규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경기가 더욱 침체될수 있다.”는 요지입니다.
환율에 대한 예상 부분만 빼고서는 전체적으로 잘된 보고서입니다.
다만 부정적인 요소를 모두 모아 놓았기 때문에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투자하는 것은 바보 짓으로 보입니다.
L그룹 경영진에서 이 보고서를 채택할지 안할지는 그 그룹의 역량이니까 제가 말씀드릴 것은 아니고, 혹시 이 보고서를 보신분 중 환투기를 하실분이 있으실까봐 이 글과는 조금 관련 없더라도 노파심에서 한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제한적으로 배포되는 정보는 고급 정보다."라고 믿고 있는 분들이 있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환율이 1달러당 1270원에 달하고 일시적으로 1300원에 갈수도 있다고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약간 상승할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제 글 “금융불안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미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달러 약세 정책을 유지할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1차 이라크 전에서 승리하고도 경제에서 실패해서 클린턴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준 아버지 부시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들 부시는 이제부터는 경제를 챙기게 될 것이고, 그 중심에 저금리와 달러 약세 정책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도 환율을 잡지 않고서는 최근 불안하게 움직이는 물가를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 달러 원화 약세를 용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제2의 IMF가 올까요?
여기서 1997년 후반부터 시작된 외환 위기와 현재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IMF 체제라고도 불리우는 외환 위기때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한것은 두가지입니다.
일차적으로 원유나 원료도 사오기에 부족할 정도의 낮은 외환 보유고가 문제를 촉발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괜찮고 한국만이 문제였던 시절, 즉, 원화가 무지막지하게 평가절하되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같은 양의 원유를 사는데도 두 배 이상의 한국 돈을 지불해야 했고, 두 배 이상 우리가 열심히 일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간에 걸쳐 국부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내수 경기의 침체였습니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모두 허리띠를 너무 졸라매기 시작하자 내수가 얼어붙어 불황의 나락에 떨어지게 된것입니다.
얼어붙은 내수 시장을 살리고자 DJ정부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유통시키고, 코메디언 이경실의 공익 광고에서 보듯이 “건전한 소비가 경제를 살립니다.”라는 구호하에 소비를 부추겼습니다.
시중에 돈을 푸는 과정에서 코스닥 졸부도 많이 생기고, 반대 급부로 깡통계좌를 찬 사람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내수 시장을 살리는데는 성공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까지도 소비를 부추겨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빈부차를 더 벌여 놓았다는데 있습니다.
그리하여 1998년 전보다 자산이 몇배나 증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때보다 더 나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에 비해 지금의 현실은 어떨까요?
외환보유고는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물론 외국인 투자가들이 모두 그들의 투자분을 철수하고 국제 환투기 세력(헤지 펀드)에 의해 집중 공격을 받는다면 1997년과 같은 위기에 처할수도 있습니다.
북핵 문제등 우리가 처한 어려움이 최악의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면 이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수출도 지난 몇년간 가장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4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나 성장하는등 수출 호조세를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의 휴대폰, 반도체, LCD, 컴퓨터가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70년대 주력 제품과 같이 단순 저임금을 무기로 한것은 아닙니다.
다시말해 급격한 악재만 없다면 외화 벌이 전선에는 이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내수의 침체입니다.
일부 백화점의 경우 작년 동기 대비 3월의 매출액이 10% 정도 줄었다고 합니다.
4월도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고 합니다.
자동차도 안팔리고, TV도 안팔리면 이들 제조업체는 물론 유통업체의 수익도 점점 악화됩니다.
그렇다고 경제력이 충분치 않은 계층에게 소비를 부추기면 신용불량자만 양산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제력을 갖춘 계층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이들도 지갑을 닫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유동 자금의 회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 많던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왜 이들이 갑자기 지갑을 닫은 걸까요?
이라크 전 때문일까요?
북핵 문제 때문일까요?
경기는 흐름이고 심리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하여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경제 전체에 영향이 파급되는 것입니다.
현재는 심리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지나친 위기감의 조성과 불확실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그 원인입니다.
어느 나라에서 있었던 운동회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날 1만 미터 달리기 경기장에 새 심판이 등장하더니 운동장 바닥에다 새 라인을 긋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호기심 많은 선수 몇명이 새 심판에게 가서 "그 라인이 뭐냐?"고 물으니까, "별 의미 없으니 계속 뛰라."고 하자 선수들은 경기를 계속합니다.
그러나 그 라인을 유심히 보던 몇명 선수들이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앞에서 뛰어 가던 선수들을 비웃으며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경기(競技)는 일대 혼란에 빠지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디로 뛸지를 모르니까 제 자리에 앉아서 쉬기나 하자고 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한자(漢字)는 다르지만 경기(景氣)는 흐름이고 심리입니다.
내수 경기를 살리는 길, 투자를 늘리는 길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그래도 DJ정부 초기보다 상황이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경제적 상황 보다도 제가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우리 한국인의 저력(Potential Energy)때문 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월드컵 때 보여준 그 에너지를 경제 에너지로 또 국가 에너지로 승화시킬 방법만 찾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느끼는 재미난 사실은 한국에서 여상 나온 여직원 한명만 있으면 미국 은행 창구에 있는 직원 5명 몫은 충분히 해낼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인 마켓에서 일하는 한인 캐쉬어와 월마트등 미국인 마켓에서 일하는 현지인 캐쉬어간의 일하는 속도는 천지 차이입니다.
백인을 비롯한 여러 인종과 일을 같이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한국인의 우수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두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번째 약점은 이러한 우수한 개별 능력을 전체의 힘으로 묶지 못하는 우리의 취약한 조직력에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브라운 운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가설을 만들고 아이쉬타인에 의해서 이론으로 정립된 이 것은 입자의 운동입니다.
많은 액체 또는 기체 분자가 쉼없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지만 전체는 통계학적으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상태입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습니다.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이념간 갈등이 첨예하게 노출되어 서로의 에너지를 상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물리학에서 재미있는 개념이 전기입니다.
전기가 흐를수 있는 도체에 어떤 에너지를 가하면 전자가 가지고 있는 전하가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이를 전기라 합니다.
서로의 에너지를 소모시켜 크게 보아서는 아무것도 이루어 지지 않는 브라운 운동에 비해 전기의 효용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상식적입니다.
우리도 우리의 에너지를 한군데 모아 본 경험이 현대사에서 여러번 있습니다.
1970년대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로 경제 성장에 매진하였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신체 건장한 남자들은 중동의 열사와 싸우면서 외화를 벌어 왔고, 어린 여공들은 밤잠을 못자며 가발 공장에서 섬유 공장에서 고운 손이 거칠어 지도록 일을 하였습니다.
무역 일꾼들은 몸으로 때우며 달러를 벌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 갔습니다.
지금 젊은이들과 같이 세련된 멋은 없었어도 순수한 열정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이념도 없었고 그저 잘 살아 보겠다는 본능적인 몸부림만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국가 에너지로 만든 것이 박정희 대통령이었고, 수 많은 정치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장 인기있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좋은 사례는 외환 위기의 극복입니다.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던 1998년 수출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암울한 시절, 국민 모두가 끼고 있던 결혼 반지, 장롱속의 아이들 돌 반지, 할머니 금비녀들을 과감히 내놓았습니다. 국가 위험도(country risk)의 증가로 모든 외국인들이 달러를 반출해 나갈때 많은 교포들은 고국으로 달러를 송금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한국을 보는 외국인의 시각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무엇이던 대충대충하고 겉 모습만 번지르르한 코리안이 아니라 남미나 동남아와는 다른 신뢰감을 주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애국심을 국가 에너지로 승화시킨 사람이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이분에 대한 평가는 후일 역사가 하겠지만 외환 위기 탈출이라는 업적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그 당시 더욱더 좋았던 일은 이런 작은 애국자들이 모두 돈을 벌었다는 것입니다.
금반지를 판 사람은 시가의 20~30% 높은 시세로 현금을 돌려 받았고, 고국으로 송금해서 은행에 예금했던 교포들은 50% 이상의 이익을 얻어 갔습니다.
냉소적인 분들은 “그게 무슨 애국이냐? 환투기지…”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판단 시점을 지금이 아니라 그때로 맞추면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으시는 분은 차베스의 베네스엘라나 룰라의 브라질에 투자를 하십시오.
그때 한국을 보는 외국인의 눈은 지금의 그 두나라를 보는 눈과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마지막 사례는 월드컵때의 응원입니다.
물론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응원과 경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 응원 사상 유래없이 질서 정연하면서도 응축된 힘을 보여주었던 사례는 없습니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수 있는 동원이 100% 자발적인 힘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세계는 경이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응원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국민이 하나 될수 있다는 사실은 적정한 동기부여(motivation)가 되고 제대로 된 방법만 찾는다면 국가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시켜 국가 에너지로 만들어야 는 것이 새정부의 가장 큰 일 입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두번째 약점은 시스템(system)의 미비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또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 보다는 희생양을 찾아 그 사람을 단죄하는데에 시간을 쏟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지역에서 같은 유형의 교통 위반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교통 위반자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단속 경찰을 더 투입해서 딱지를 많이 끊자’라는 해법을 내놓는 반면 선진국들은 특정 지역에서 교통 위반이 많은 것은 그 지역의 교통 체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그 교통 체계를 개선하는데 노력을 투입합니다.
부동산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때 마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에서 대책이라고 내놓는 단골 메뉴는 언제나 ‘투기꾼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및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투기꾼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십 년 동안 단속해 왔으면 없어질 때도 되었는데 그렇지 않을걸 보면 투기꾼이라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단속을 못하는 건지 아니면 없어서 못하는 건지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문제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쉽게 가상의 마녀를 만들어서 모든 나쁜 일은 마녀의 짓으로 돌리려는 데에 있습니다.
선진국의 수백 년 된 시스템에 비해 우리의 시스템이 수십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것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시스템 개선 노력하지 않으면 선진국과의 차이는 좁히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다행히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조금씩 나아져 왔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도 시스템을 갖추면 선진국이 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세계에서 10위 권 안에 드는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조금도 의심이 없습니다.
한 20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겠지만요. 거시적인 측면에서 저는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기곰 (부동산 컬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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