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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협동조합

5명 모이면 설립…신사업 모델로 주목

by 크레도스 2012. 12. 11.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협동조합기본법이 1년여 만에 발효됐다. 이 법에 따라 12월 1일부터 5명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금융 분야를 뺀 모든 업종과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소규모 소자본 창업이 가능할뿐더러 지역 단위의 서비스산업도 할 수 있다. 기존 협동조합에서는 300~1000명 이상일 때만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었지만 새롭게 법이 생기면서 협동조합 설립 문턱이 낮아졌다. 본격적인 협동조합 시대의 막이 오른 셈이다.


12월 1일부터 5명 이상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FC바르셀로나·알리안츠·AP통신의 공통점은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조명 받으며 성장과 분배를 고르게 추구하는 가치 있는 기업 모델로 협동조합이 떠오르고 있다.

협동조합은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돈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모여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특징을 갖는다. 충성도 높은 조합원이 모여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윤 추구가 주된 목적인 일반적인 기업과 차이가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협동조합은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와도 구분된다.

협동조합은 해외에서 먼저 활성화됐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가 있다. 이 구단의 주인은 출자금은 낸 17만 명의 조합원이다.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 알리안츠, 미국의 통신사 AP통신 등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대표 기업이다.

국내에도 협동조합이 있다. 농업협동조합(농협)·수산업협동조합(수협)·신용협동조합(신협)·소비자협동조합(생협)·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소기업협동조합·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8개로, 개별 협동조합법에 따라 조직된 곳들이다. 하지만 규모와 업종이 제한돼 있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협동조합의 성격을 지닌 사업을 하고 싶어도 어려움이 많았다. 개인 사업이나 주식회사, 사단법인 형태로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개인 사업은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대표 교체가 어렵다.

12월 1일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앞으로는 5명만 모이면 법인 자격을 지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출자금에 관계없이 모든 조합원은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설립 영역도 자유롭다. 신용 사업 위주의 편법적인 협동조합이 난립할 우려가 있어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경제·사회·문화 등의 영역에서 모든 형태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목적에 따라 크게 일반 협동조합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일반 협동조합은 금융업과 보험업을 할 수 없고 사회적 협동조합은 부수 사업으로 총출자금 한도 내에서 소액 대출과 상호부조 사업을 할 수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공익적 목적이 더 강조되며 지정기부금단체가 돼 기부금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일반 협동조합은 시도지사에 신고 후 설립 등기를 마치면 되고 취약 계층 고용과 사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은 관계 부처의 인가를 받도록 했다.

협동조합이 본격화되면 다룰 수 있는 물품과 서비스는 육아·교육·의료·법률·부동산·외식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에서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는 이들은 일찍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해 왔다.

강경식 전 경제 부총리는 교육 분야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을 꾸리고 있다. 현재 청소년 경제 교육 단체 JA코리아 이사장으로 있는 강 전 부총리는 내년 인가를 목표로 현재 뜻을 함께할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창의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취업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여문환 JA코리아 사무국장은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 모습인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빌려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고 교육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공익적 목적이 더 강조되며 지정기부금단체가 돼 기부금을 받을 수도 있다.


유명 인사·대기업·공무원도 앞장서

공무원들도 직접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서울시 노원구청에서는 직장 내 보육 시설을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직장 어린이집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했을 때 보육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반영해 현재 학부모 총회까지 마친 상태다.

조합원은 공무원 30%를 포함해 총 144명이다.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으로 꾸릴 계획이다. 이 협동조합은 직장 어린이집 외에도 무인 카페 등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협동조합 설립 물결에 동참하고 나섰다. SK그룹의 사회 공헌 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은 기존 사업 가운데 ‘행복도시락센터’ 사업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행복도시락센터는 2006년 SK행복나눔재단의 모태가 된 사업으로, 현재 전국 29개 지점에서 결식 아동과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지원한다.

사회적 기업 전국 체인 형태에서 20여 개 센터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각 센터가 조합원으로 재단과 함께 협력 모델을 구축하며 급식의 질 개선에 앞장설 예정이다. 경제적으로는 식자재 공동 구매, 연구·개발 등으로 비용을 낮추고 교육을 통해 다른 사회적 기업들에 노하우를 전수하며 외식 분야 영세 사업자들의 성장 기반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상현 SK행복나눔재단 행복도시락센터 담당자는 “조합원들의 자율과 자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협동조합이라는 모델을 택했다”고 말했다.

예산을 투자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협동조합 러시에 동참하는 곳은 지자체다. 협동조합을 지역 발전을 위한 통로로 기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부산에서는 기존 ‘마을 만들기 사업’에 협동조합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을 재생이라는 목적에서 출발한 주민협의회를 법인격이 있는 협동조합으로 바꿔 특산품 판매, 마을 공부방, 각종 전시관 사업, 농장 사업 등을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자립적인 마을 공동체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완주군에서는 축산 분야 종사자들이 ‘한우협동조합’을 설립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우의 브랜드화를 통해 주민들이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갖고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지역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우 값 폭락 등에 대비하는 힘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개인들도 본격적으로 영리 목적의 협동조합 설립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바리스타, 외식 프랜차이즈 등 사업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글들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협동조합 교육 현장에도 연일 장사진을 이룬다.

개인이 모여 비즈니스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례로 동네 빵집 협동조합, 치킨집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선 대안학교 협동조합이 가능하다. 이 밖에 레저·서비스·주택·출판·통신·의료 등 다양한 형태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역시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