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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글모음/아기곰님 글모음

모기지론 제도 도입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2003/04/20)

by 크레도스 2011. 10. 25.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모기지 론 (mortgage loan)이 본격 도입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각종 선거가 있을 때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공약이 많아서인지 모기지 론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면 모기지 론이 무엇이고 그것이 주택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모기지 론은 우리 말로 하면 주택 담보 대출입니다.
“지금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는 주택을 담보로 하고 있으니, 지금의 대출 제도와 뭐가 다르냐?”고 하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기본은 같습니다.
모기지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출 제도와 한국의 대출 제도를 비교해 보면 크게 네 가지가 다릅니다.
그 첫째는 대출 기간이고 두 번째는 대출 한도, 세 번째가 이자의 형태, 네 번째가 세제 혜택입니다.

첫째 대출 기간.
현재 한국 대출 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대출 기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대출자의 입장에서는 겨우 2~3년의 대출 기간을 주고는 만기 때 가서는 만기 연장을 해주니 못해주니 하고 은행이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직도 몇몇 은행에서는 3년 이하의 대출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 은행에서 장기 대출 상품이 이미 있거나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주택 담보 대출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중요한 은행의 수입원이기 때문에 장기 수입원의 확보를 위해서 가능한 장기 대출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까지는 3년 이하의 대출이 관행처럼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이는 은행에 책임이 있는게 아니라 대출자들이 빚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현상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모기지론하면 그 기간이 다양합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30년, 15년, 5년짜리가 일반적입니다.
30년 기한의 모기지 론을 얻어 집을 사는 것이 보통이고 15년이나 5년은 30년 보다 이자가 싸기 때문에 재융자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즉, 이자 부담을 적게 가져가려면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죠.
재경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안은 20년 정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째, 대출 한도.
미국의 모기지 대출의 경우 주택 실 거래 가격의 80%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20%는 down payment라 해서 맨 처음 구입시 지불하고 나머지 80%는 30년간 분할 상환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80%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3~20% 정도만 down payment하고 나머지는 대출이 가능합니다.
그 사람의 신용도가 아주 좋으면 거래 가격의 100%까지 대출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는 보통 PMI (Private Mortgage Insurance)라는 보험을 따로 들게 됩니다. (80% 이하는 보험 필요 없음.)
한 20만불 대출 받으면 월 100불 정도를 PMI 보험료로 내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는 PMI 지불도 아까우니까 20% 정도는 down payment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대출 한도가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감정가의 60% 정도로 대출하고 있는데, 은행의 부실화(?)를 너무 염려한 나머지 금융 당국에서 과잉 친절을 베푼 결과로 보입니다.
그것이 작년 11월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입김 때문이라고 까지는 믿고 싶지 않지만, 만일 미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은행의 자율권 침해 및 소비자의 재산권 행사 제약이라고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맞았을 것입니다.

셋째, 이자의 형태.
일선 은행 지점장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99%의 대출자가 변동 금리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의 대출 제도에서도 고정 금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고정 금리가 변동 금리보다 많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출자가 변동 금리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변동 금리, 고정 금리, 두개의 변형, 이자의 유예 형태 등 수십 가지의 변형된 상품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자금 운용 계획에 맞춰 대출 이자의 형태를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 은행에서도 현재 변동금리, 고정금리, 이자의 유예 (3년 거치 27년 상환, 1년 거치 15년 상환 등), 원리금 상환 방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기 고정 금리 상품은 기금 대출이라고 해서 3천만원 이하의 근로자일 경우 국민, 농협, 우리은행을 통해 15년, 20년 동안 6.5%에 대출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대출의 경우 3개월 변동 대출금리는 6.2% 정도이고 고정 금리부 대출은 8%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변동 금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이러한 대출 상품에 대해 무지하다기 보다는 미래 자신의 파이낸싱 능력에 대한 불확신, 무엇이던 빨리 끝장을 보고자 하는 국민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 다.

대출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우 2003년 3월 현재 30년 고정 금리형의 경우 이자율은 5.5%, 15년 고정형의 경우는 4.9% 변동 금리 첫해분 평균치는 3.5%를 기록 중입니다.
아직도 한국의 대출 금리 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높은데 점차 낮아지리라 예상합니다.

넷째, 세제 혜택.
모기지론이 일반 대출 상품과의 다른 점이 바로 세제 혜택입니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 론에 의해 은행에 내는 이자 전액을 소득세 신고시 과표 (과세 표준액)에서 공제를 해줍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연봉이 4000만원이고 은행에 낸 이자가 500만원이라고 할 때, 연말정산 때 세금을 4000만원 기준으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3500만원 기준으로 매긴다는 의미 입니다.
한국에서도 10년 이상의 장기 대출에 대해서는 소득 공제를 해줍니다.
한국 정부도 장기대출을 권장하는 차원에서 2002년 300만원 이었던 과표 공제 한도를 2003년부터 600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 하였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공제 차이는 모기지 론의 기간과 공제 한도에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재경부에서 이에 대한 개선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모기지 론이 도입되면 주택 시장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우선 매매 시장에서는 수요를 창출하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수요의 창출이라고 부르기는 뭐하고 수요가 당겨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집 장만 형태가 결혼 후 7~8년 동안 저축을 통해 주택 구입 자금을 준비한 후 일시불로 사거나 일부를 부모님에게 보조를 받아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초기 구입 자금의 20% 정도만 먼저 내고 나머지 80% 정도는 20년에 걸쳐서 상환하기 때문에 초기 자본 형성이 안된 젊은 무주택자들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이 당겨질 수 있습니다.
내 집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미국은 무척 다릅니다.
한국은 소유에 중점을 둡니다.
그래서 일부라도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면 “그것이 당신 집이냐? 은행 집이지”라는 말 까지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소유보다는 거주에 초점을 맞춥니다.
불과 내 돈은 20%도 들어 가지 않았지만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다행이라는 입장입니다.
이것이 한국에는 와전이 돼서 “선진국에서는 소유보다 거주의 개념이다.
그러니 우리도 선진국 처럼 하려면 집을 사지 말고 전세나 월세로 살아라.”라고 알려져 있더군요.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다 집을 소유합니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되면 바로 집을 구입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내가 맘에 드는 곳에 맘에 드는 예쁜 집을 일단 구입하고 살다가 30년간 천천히 갚아 나가다 보면 정년 퇴직할 무렵에는 100% 내 소유의 집 하나는 남게 되어 노후 대책이 된다는 것이 평범한 미국인들의 생각입니다.

한국도 이 제도가 도입되게 되면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내 집 마련 계획이 당겨진다는 의미이며, 이 제도 도입 초기 몇 년간 주택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수요의 증가는 주택 값 상승을 유도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제도로 인한 구체적인 수혜지역은 어디일까요?
이 제도를 가장 많이 이용할 계층은 젊은 샐러리맨 입니다.
그들은 대출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세제 혜택에 가장 민감한 계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들이 많이 사는 지역 – 즉, 역세권, 신도시의 소형 평수가 직접적인 수혜 지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모기지 론 제도 도입이 이들 지역에 호재라는 이야기이지, 향후 이 지역이 오를 것이니 빨리 사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면 임대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 제도는 임대 시장의 주도권을 전세 시장에서 월세 시장으로 옮기게 되는 촉진제가 될 것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해 못하는 것이 한국의 전세 제도입니다.
집을 3억에 사서, 1억 5천에 전세를 주었다가 2년 후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1억 5천만원을 돌려주는 것이 전세 제도 라고 말하면 열이면 열 모든 외국 사람들은 “자선 사업이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한국은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은행에 예치하여 이자 수익을 얻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하기 때문에 전세 자금을 지렛대 (leverage) 효과로 활용하여 자산의 증가에 의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합니다.
그러나 여기 설명에도 나와 있듯이 전세 제도는 기본 전제가 고금리 및 집값의 상승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지 않고서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전세 시장은 매력적이지가 않습 니다.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전세로 있던 상당수의 수요 층이 모기지 론 제도를 통하여 주택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급격히 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모기지 이자의 일부를 분담할 수 있는 수입원으로서 월세를 선호 할 것이며, 수요 층으로서도 자본 형성이 안된 계층이나 직장 관계로 이동이 잦은 계층이 월세의 주 이용자가 될 것입니다.
월세는 지금 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입니다.
아마도 모기지 금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여기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겠죠? 월세 형태의 공급이 늘면 월세가 떨어지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면 일부 아파트 값 상승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과연 이 제도를 도입할까요?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제도 도입에 대한 칼자루는 정부에서 쥐고 있으니까요.
새 정부에서 바라는 부동산 시장은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 앞서 미국 등 선진국 정부는 집을 사는 사람에게 왜 세제 혜택을 줄까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모기지 론 이자와 재산세등에 대해서는 소득세 신고시 공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세상의 한쪽 면만 보는 사람들은 이 것도 투기꾼들의 로비(?)의 결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의미 이전에 정치 사회적 의미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정부들은 유 주택자를 사회 안정 희구 세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제 지원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에게 집을 사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기지 론 제도를 조금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사회 초년 생에게 빚을 지게 장려(?)하여 집을 사게 하고 그 빚을 조금씩 갚게 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회에서 제시하는 시스템에 익숙하게 길들여지게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사회 초년 생들이 빠른 시일 내에 중산층으로 편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 정부가 무주택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무주택자가 유 주택자가 되는 것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행한다는 것이지 유 주택자를 무주택자로 만들거나 무주택자를 계속 무주택자로 남게 하는 정책을 실행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은 지금 새 정부의 과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1가구 1주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잉여 집을 팔게 유도하는 정책은 나올 것입니다. (아마도 세제 개혁을 통해서)
그러나 집값을 20~30% 폭락시켜 이미 집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들이 자기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하는 정책은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그 폭락하는 집을 파는 사람도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서민일 것이고, 그 집을 살 수 있는 다른 사람이라는 계층이 1가구 2주택자 이상의 소유자들 일테니까요.

이 제도가 하반기부터 도입되더라도 본격적으로 정착되는 것은 정부에서 추진중인 아파트 후 분양제가 시행되고 나서부터로 예상됩니다.
후 분양제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아파트 매입 자금의 일시불 지급이 이 제도로 인하여 상당히 보완되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앞으로 도입된다고 하는 모기지 론 제도는 몇 가지 차이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장기 대출 상품과 유사성이 많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기존의 대출 상품은 은행 마다 상품의 종류도 다르고, 세제 혜택에서도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저는 또 다른 해석을 내리고 싶습니다.
재정경제부의 모기지 론 제도 도입 검토는 그 동안 대출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홍보와 장려의 대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것은 파라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로 나타날 것입니다.

첨언1) 물론 이 제도가 만능은 아닙니다.
이 제도는 돈을 빌려줘서 주택 구입을 도와주는 제도이지, 대출 상환 능력 자체가 없는 분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정부는 이 분들을 위해서 영구 또는 장기 임대 주택을 늘려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서울시가 다세대 주택을 매입하여 임대 주택으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습니다.

첨언2) 이 글이 여러분에게 은행에서 돈을 꿔서 집에 투자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하기 쉽게 정부에서 모기지 론을 준비한다는 것에 대한 분석 자료 이상의 의미는 아닙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출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자기 수입의 40% 정도를 적정하다고 평가합니다.

P.S 4월 25일에는 후분양제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리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