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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글모음/아기곰님 글모음

미완의 10.29(2003/11/03)

by 크레도스 2011. 10. 25.

논란이 많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이 지난주에 발표되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양질의 주거 환경 공급’과 ‘교육’이라는 해법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에는 그것들에 대한 언급이 빠지고, 이번에도 세금 위주의 반쪽짜리 대책만 발표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정부의 발표대로 1차 대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경우 2차 대책이 기다리고 있다합니다.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또 2차 대책이 발효된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할까요?
오늘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같이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10.29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정부와 집권당)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현 정권이 필요로 하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세금’과 ‘표’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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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부 부동산 정책의 특징 >

현 정부의 재정 능력은 역대 정부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합니다.
저조한 내수 경제 상황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수의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정부를 재정 적자의 위기로 빠트릴수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현 정부의 주머니를 털어 갈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DJ 정권의 유산인 ‘햇빛 정책의 계승’과 ‘기업 구조 조정을 위한 공적 자금의 투하’를 마무리 지어야 하며, 현 정권의 탄생과 인연이 깊은 ‘행정 수도의 이전 문제’와 ‘미군 제2 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이 ‘돈먹는 하마’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이라크 파병에 따른 군비 분담’과 ‘분배 정책에 따른 각종 예산의 집행’ 또한 만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이렇기 때문에 현 정부가 들어와서 내놓은 대부분의 부동산 대책이 세수 확대와 관련이 깊었던 것입니다.
이번 조치도 예외가 아니라 세금 정책이 대부분이고, 발표 직전에 포함된 것으로 보여지는 ‘주택 거래 신고제’도 실거래가 과세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세금 정책의 일환이라 할수 있습니다.

그동안 마구잡이로 내놓은 대책으로 보이는 것들도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잡히면 다행이고, 잡히지 않는다하더라도 세금이나 많이 걷자.”
이것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다음 수순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표’입니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상당한 재미를 보았던 현정권으로서는 지난 몇년간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표로 연결시키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과거 정권은 정권 유지 목적으로 수많은 ‘가상 적’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하여 역대 군사 정권은 수많은 ‘빨갱이’를 양산하여 왔으며, 자신들의 실정을 참지 못하면 빨갱이 세상이 온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국민들을 호도하여 왔습니다.
그후 찾아온 3김 시대에서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 감정에 호소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현정권에서는 더 이상 ‘빨갱이’나 ‘지역 감정’에 의존하려는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 대신에 ‘기득권층’이라 표현되는 또 하나의 가상의 적을 만들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이 기득권층에는 누가 포함될까요?
과연 이 정권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대결로 몰고 나가려 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주택자들은 사회의 근간이며 무주택자들보다는 그 수효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신 유주택자중 1가구 다주택자와 강남등 특정 지역에 사는 불특정 다수를 마녀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 선봉에는 어용 언론이 앞장서겠지요.

그러므로 (정부에서도 예고한대로)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러한 현상은 정치권에 명분을 주게되며, 그 다음 조치는 ‘표’를 의식한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도 걷고 표도 얻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농후하겠죠.)
그러나 1가구 1주택자의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불리한 정책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금 인상이라는 간접 피해를 받는 이들에게 더 가혹한 조치가 나온다면 내년 총선은 물건너 간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동물적으로 느끼고 있을테니까요.

그러면 국민의 입장으로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나랏님이 하시는 일이니 한숨이나 한번 쉬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을까요?
소극적 대응 방법과 적극적 대응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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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적 대응 방안 >

소극적 방법은 한마디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형입니다.
정부가 시장을 흔들고자 결심을 했으니 어떤 형태로든 시장은 출렁거릴 것입니다.
무주택자의 입장에서는 지금부터 내년 총선까지가 호기입니다.
“2년후 집값이 반토막 될것이다”라는 허황된 말에 현혹될 필요는 없습니다.
내년 총선까지는 집값이 오르려는 시도를 정부에서 표를 걸고 꺽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집값은 안정세를 보일 것입니다.

1가구 다주택자의 경우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대출을 많이 끼고 작은 여러 물건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 참에 몸을 가볍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빠르게 움직여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만들고 다른 기회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것이 정부에서 바라고 있는 방향입니다.
다주택자는 팔고 무주택자는 사고… 이리하여 10.29 조치가 발표되기 전보다 그 몇개월후의 자가주택 보유율이 올라간다면 이번 조치가 성공이라고 평가할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대출도 없고 5년 이상 버틸 뚝심도 가진 1가구 다주택자라면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잊고 마음 편히 세월만 낛시질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렵게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마련한 1가구 1주택자나 2주택자들이 불안감에 집을 팔아치우는 사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크게 떨어질것으로 기대하고 주택을 매수하지 않고, 대신 자금력을 가진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집하는 사태입니다.
언제나 시장이 출렁일때 시장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정부에서는 잘 지켜보아야 할것이며, 이번 조치의 평가는 몇 개월후 주택자가 보유율이 늘었는가로 평가하면 됩니다.

이번 조치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층은 엉뚱하게도 소형 평수 1가구 1주택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도세의 상향 조정으로 거래 매물이 줄게되며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으로 출회되는 매물이라는 것이 소형평수나 인기 없는 지역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사과를 두개 들고 있는 형에게 “동생에게도 사과를 하나를 나누어 주라”고 했을 경우, 형이 맛있어 보이고 큰 사과를 동생에게 줄지 아니면 작고 맛없어 보이는 사과를 줄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 작고 볼품없는 사과를 줄때 양도소득세도 적게 나온다고 정부에서 지침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다 좋은 지역이나 대형 평수로 옮기려는 계획을 가졌던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이번 조치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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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극적 대응 방안 >

어떤 정책이 발표될때 정부의 의도나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읽어 남보다 먼저 행동한다면 이익을 볼수 있거나 피해를 적게 입을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만고의 불변의 법칙입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이익이나 피해는 상대적인 의미입니다.
남들은 50씩 피해를 보는데 나는 10만큼 밖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기뻐해야 할까요?

세금은 추렴입니다.
우리가 합의하에 걷어서 우리가 쓰는 것이 세금입니다.
세금을 내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라면 그건 삥입니다.
기본적으로 보유세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자산의 유무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아기곰도 정부의 보유세 강화 조치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그 세금을 어디다 쓸것인가는 이제부터 국민이 감시해야 합니다.
나랏님이 좋은 곳에 알아서 쓰시게 냅둔다고요?
민주주의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이것은 유주택자 무주택자의 이슈가 아닙니다.

미국의 보유세는 1%가 넘습니다.
준조세인 멜로로스를 포함하면 1~2%는 됩니다.
그러나 그 재원의 상당부분은 교육비의 형태로 그곳 주민들에게 환원됩니다.
학생 1인당 연간 예산이 670만원입니다.
미국 고등학교 예산이 웬만한 한국 대학 예산보다 많을지도 모릅니다.
이를 재원으로 고등학교까지 양질의 교육을 무료로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선진국 수준의 보유세를 거둘 것이라 합니다.
그러면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를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헌법 이전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부동산으로 거둔 세금은 100% 주민을 위해 쓰여져야 합니다.
지방세의 경우 도로 확충, 학교의 건설, 공원의 건설등 주거 환경 개선에 쓰여야 합니다.
국세의 경우 임대 주택의 건설등 ‘같이 사는 사회 건설’을 위해 쓰여져야 합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눈먼 돈이 되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두눈을 부릅떠야 합니다.
이를 감시할 기능은 당연히 의회에 있어야 하며, 이를 감시할 사람들은 의원들입니다.
내년 4월 15일은 총선일입니다.
이 날은 표라는 형태로 민심을 보여주어야 하는 날입니다.
대충 “훌륭한 사람 뽑으면 잘하겠지” 이러면 안됩니다.
임기 동안 그 사람이 무얼했는지를 잘 기억하였다가 표로 응징을 하여야 합니다.

부동산을 보유한것과 보유하지 못했다는 차이 하나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를 이간시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 하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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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미국 보유세의 진실

정부에서 보유세 강화의 논리로 선진국의 예를 많이 들고 있는데, 나라마다 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선진국의 제도라도 다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게다가 여론몰이용으로 흘리는 선진국의 제도라는 것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게리맨더링의 성격이 짙습니다.
한 예로 미국의 보유세는 1~2%가 맞습니다.
그러나 몇가지 제한 사항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언급도 해야 맞습니다.

1. 미국에서는 종합소득세 보고시 과표에서 재산세납부 금액은 공제를 해줍니다.
우리나라도 이것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영업이나 일부 전문직에 비해 소득세를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근로소득자 (월급장이)들이 혜택을 봅니다.

2. 과표 기준을 시가에 두지는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자기가 산 취득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과세합니다.
취득후에는 물가 상승율이나 2%중 낮은 비율로 보유세가 상승합니다.
이럴 경우 장기 보유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투기 심리를 잠재울수 있습니다.

3. 미국에서는 보유세가 비싼 대신 거래세가 무척 쌉니다.
양도소득세를 5%나 15%를 내게 됩니다.
연간 소득이 우리돈으로 6천만원 이하가 되는 저소득자는 양도차익의 5%만 납무하면 되고, 고소득자의 경우는 15%를 내면 됩니다.
물론 2년동안 거주할 경우 면세입니다.
반면 취득세나 등록세라는 것도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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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 (부동산 컬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